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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작년 1000조 넘게 긁었다, 사상 처음…소비 회복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국내 카드 승인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소비가 온라인 쇼핑 등을 중심으로 반등하면서다. 그러나 업종별로 보면 소비가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지난해 물가가 치솟으며 소비자의 결제 금액 자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카드 결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카드 결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31일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카드 승인액은 109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0조6000억원(12.3%) 증가했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을 제외한 신용‧체크‧법인카드 승인액을 모두 더한 수치다.

어디서 많이 긁었나

소비자와 밀접한 업종을 중심으로 뜯어보면 도‧소매업에서 지난해 576조2900억원이 결제되며 전년 대비 63조6000억원(12.4%) 늘었다. 도‧소매업은 온라인 쇼핑몰 등을 포함해 전체 카드 승인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숙박‧음식점업에서의 카드 승인액도 139조5100억원으로 27조300억원(24%) 반등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 카드 승인액은 2020~2021년 내리 감소했다가 지난해에야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130조1200억원)을 넘어섰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0~2021년 타격이 워낙 컸는데, 지난해부터 국내 위주로 여가 활동이 늘고 모임도 늘어난 영향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카드 승인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물가 영향도 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카드당 평균 승인 금액은 4만2729원으로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소비 회복 이어가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면서 대면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자 경기는 아직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업종별 카드 승인 실적에서도 운수업과 사업지원 서비스업(여행사 등)이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0.2% 증가했다. 그러나 분기별로 비교해 보면 1‧2분기에는 모두 직전 분기 대비 1.1% 감소했고, 3분기에 1.2% 늘었다가 4분기에 다시 0.8% 감소로 돌아섰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연간으로는 소매판매와 산업 생산‧설비투자‧건설 등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분기별로 보면 증가 폭이 둔화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경기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앞서 26일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하며 “현재까지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이 작년보다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상승하고 있다”면서 “1분기에는 펜트업(억눌린 소비가 급속히 살아나는 현상) 소비가 얼마나 살아나는지 등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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