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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총격범 가족 시민권 박탈…보복 악순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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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 총격범에 대한 이스라엘 거주권 박탈을 결정했다. 팔레스타인 남성이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군의 불도저에 밀려 폐허가 된 집 잔해 위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 총격범에 대한 이스라엘 거주권 박탈을 결정했다. 팔레스타인 남성이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군의 불도저에 밀려 폐허가 된 집 잔해 위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민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소하고 사회보장 혜택을 전면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7·28일 팔레스타인인의 총격 사건으로 이스라엘 시민 최소 7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다.

29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각료 전체 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보안국은 테러리스트 가족에 대한 예루살렘 거주권 박탈, 이스라엘 시민권 취소 조치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추가 테러를 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용주는 근로자가 테러 행위를 지원한 사실이 밝혀지면 소명 절차 없이 해고를 통보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별도로 네타냐후 내각은 자국민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인의 가족에 대해 사회 보장 혜택을 박탈하고, 테러범의 집을 즉각 철거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또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승인했다.

가디언은 "모든 조치는 국제법에 위반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7·28일 동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이스라엘인이 최소 7명 사망하고 5명 부상당한데 대한 보복 조치다. 앞서 27일 동예루살렘 '네베 야코브' 유대인 회랑에서 안식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를 향해 팔레스타인 청년 카이레 알캄(21)이 권총을 난사해 7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2명은 중태다. 이튿날인 28일엔 동예루살렘 구시가지 근처에서 13세 팔레스타인 소년이 총격을 가해 이스라엘 시민 2명이 다쳤다.

두 차례의 총격 사건은 앞서 일어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착촌 급습에 대한 복수전으로 파악된다. 지난 26일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10여 명이 숨졌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총격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알캄이 제닌 난민촌 작전 당시 숨진 10대 팔레스타인 소년의 친척이라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27일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의 자연스러운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총격범을 사형에 처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경고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누구든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면 우리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테러리스트들은 법정 또는 무덤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비영리 단체 하모케드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내각의 조치는 총격범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까지 집단 처벌하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경찰과 보안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추가 보복 공격이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상자가 잇따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상황에 대해 '죽음의 소용돌이'라고 규탄하며 평화를 호소했다. 사진은 교황이 지난 2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베스퍼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상자가 잇따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상황에 대해 '죽음의 소용돌이'라고 규탄하며 평화를 호소했다. 사진은 교황이 지난 2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베스퍼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공격과 보복이 반복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날이 커지는 죽음이 소용돌이는 두 민족 사이에 있는 희미한 신뢰의 빛을 닫을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성지에서 들려온 소식이 매우 슬프다"면서 "양측 정부와 국제사회가 대화를 통해 진정성있게 평화를 추구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중동 순방을 시작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9일 첫 순방지인 이집트에 도착했다. 이후 30일과 31일엔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임시 수도인 라말라를 방문한다. 베던트 파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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