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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 전 다윗이 샀던 터…이·팔 충돌 났다 하면 이곳이 원인 [지도를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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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모꼴의 이 지역은 어디일까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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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힌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일컬어 ‘러시아의 ○○○’이라 했죠.
②구약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신께 바치려 했던 ‘모리아산’의 현대 지명.
③영화 ‘다빈치코드’에 등장하는 ‘템플 기사단’의 본거지.

정답은 ‘성전산(temple mount, 이슬람명 하람 알샤리프)’이 포함된 예루살렘 구(舊)시가지입니다. 지도에서처럼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은 동·서로 양분됐는데요. 서쪽은 이스라엘에 속했고, 동쪽은 요르단령으로 팔레스타인이 관할하고 있죠. 성전산은 팔레스타인 구역인 동예루살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사사분면에 위치한 약 14만㎡ 크기의 성전산은 세계 3대 유일신 종교(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공통 성지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진 곳입니다. 전 세계 16억 기독교도, 9억 이슬람교도, 1600만 유대인들에게 신앙의 고향이죠.

성전산 중심엔 무하마드의 승천을 기념하는 두 개의 이슬람 사원이, 서쪽엔 유대교 최대 성지인 ‘통곡의 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기 전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한 곳으로, 기독교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의 신(神)과 영적 정체성을 걸고 싸우는 치열한 승부처가 됐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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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동의 화약고, 성전산

최근 성전산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의 극우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성전산을 기습 방문한 것이 발단이 됐죠. 벤그비르는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여기는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일방적인 영토 병합을 주장해온 인물로, 평소 “성전산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려주겠다”며 이슬람 국가들을 도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성전산에 위치한 이슬람 성전 알아크사 모스크 건물 위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성전산에 위치한 이슬람 성전 알아크사 모스크 건물 위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성전산에 머문 시간은 단 13분. 하지만 요르단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까지 발사하며 반발했습니다. 급기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첫 해외 순방지로 계획된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취소했죠.

미국과 유엔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벤그비르 장관의 방문은 폭력적 충돌을 초래할 수 있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은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아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 AP=연합뉴스

아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 AP=연합뉴스

복잡하게 얽힌 역사·종교·국제법

이스라엘 장관의 성전산 방문이 중동 정세를 뒤흔들 문제일까요?예루살렘포스트는 “동예루살렘은 공식적으로 이스라엘 영토”라며 “자국 영토에 장관이 방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벤그비르 장관이 성전산을 방문한 것에 항의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네타냐후 총리와 벤그비르 장관의 사진을 붙인 인형을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벤그비르 장관이 성전산을 방문한 것에 항의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네타냐후 총리와 벤그비르 장관의 사진을 붙인 인형을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며 성전산이 포함된 동예루살렘 지역을 점령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경찰조직과 국경 경찰이 동예루살렘에 주둔해, 예루살렘 전체가 이스라엘의 실질적 지배 하에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법상으론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죠.

이스라엘은 이곳을 점령하고도 이슬람 세계와의 긴장 완화를 위해 요르단의 이슬람 종교기관인 와크프에 성전산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대한 관리를 맡긴 상태입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 결과 성전산에선 오직 이슬람교도만 기도할 수 있고, 유대인의 기도와 예배는 성전산 밖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만 가능하다는 규칙이 시행 중입니다. 이에 대해 유대인들은 자국이 점령한 성전산에서 기도를 제한받는 데 반감을 느끼고 있죠. 동예루살렘을 뺏긴 팔레스타인은 “유대인이 성전산마저 점령해 자신들의 기도처로 바꾸려 한다”며 유대인의 출입을 용납하지 않고 있고요.

역사를 따져봐도 이곳 성지가 누구 몫인지 쉽게 가릴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에 따르면 BC 1000년 경 유대 다윗왕이 여부스 족속에게서 성전산 터를 구입했고, 그의 아들 솔로몬이 이곳에 성전을 완공해 여호와의 언약궤를 안치합니다. 이 성전은 바빌론 침공으로 무너지고 스룹바벨이 재건한 뒤 헤롯왕이 화려하게 증축합니다.

성전산은 로마 식민지 시절 태어난 예수가 말씀을 선포하고 기도하는 등 기독교 사역의 중심지이기도 하죠. 예수가 십자가 고난을 받기 전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한 곳이며, 십자가에서 부활한 장소와도 지척입니다. 이 성전은 로마제국에 의해 훼파됐고, 그 자리엔 로마 황제가 만든 제우스 신상이 들어섰습니다.

이후 방치됐던 성전산을 638년 이슬람이 점령합니다. 이슬람교도들은 무하마드가 성전산 바위를 딛고 승천했다는 전설을 토대로 이곳에 팔각형 모양의 바위 사원과 알아크사 사원을 세웁니다. 20세기 요르단 국왕은 사재를 털어 바위사원의 돔에 순금을 씌워 오늘날의 ‘황금 모스크’로 완성하죠. 성전산은 메카·메디나에 이은 이슬람 3대 성지입니다.

성전산 서쪽에 위치한 통곡의 벽 앞에 유대인 남성들이 모여 기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성전산 서쪽에 위치한 통곡의 벽 앞에 유대인 남성들이 모여 기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극우 네타냐후, 정착지 확대 선포

국제사회는 벤그비르의 성전산 도발로 지난 2000년 2차 인티파타(민중봉기)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시 야당인 리쿠드당 당수였던 아리엘 샤론(1928~2014)이 돌연 성전산을 방문하자, 팔레스타인은 일제히 봉기해 이스라엘과 유혈 충돌하며 5일간 60명 이상의 사망자를 포함해 1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는 등 전쟁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죠. 미국·프랑스·유엔 등 국제 사회의 전방위 압박에 겨우 휴전에 합의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2021년, 2022년 벌어진 이·팔 간 대규모 유혈 충돌 역시 모두 성전산에서 촉발된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어났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성향인 네타냐후 연립정부 출범이 이·팔 갈등의 기폭장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성전산을 방문한 벤그비르 장관 역시 네타냐후 내각의 핵심 인물이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성전산이 있는 동예루살렘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많은 땅을 빼앗아 아랍 공동체의 확장을 막고, 유대인 세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 땅에 어떠한 유대인 정착촌도 남아선 안된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포린어페어스는 “현재 동예루살렘은 폭발 직전이며, 네타냐후의 행보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새로운 공격과 폭력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요르단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관할 지역에 자리잡은 유대인 정착촌의 모습. AP=연합뉴스

요르단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관할 지역에 자리잡은 유대인 정착촌의 모습. AP=연합뉴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제사회의 해법은

‘중동에서 가장 뜨거운 화약고’로 불리는 성전산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사회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마이클 코플로 이스라엘정책포럼 연구원은 “성전산은 이·팔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로, 누구에게도 양보를 기대할 순 없다”고 말했죠.

하지만 포린어페어스는 “국제사회가 이·팔 갈등 해결을 위해 네타냐후 정부에 대해 ‘뻔한 비판’을 넘어 제대로 된 대응을 내놓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매체는 “과거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네타냐후의 대(對) 팔레스타인 정책을 자주 비난했지만, 정작 이를 저지할 구체적 조치는 회피해왔다”며 “이번에도 이란 핵시설 폭격,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화협정 등 미국 입맛에 맞는 약속을 내건 네타냐후를 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죠.

유엔도 한발 물러나 있습니다. 오슬로협정에 입각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현재의 영토 안에서 공존하는 방식의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는데요. 이·팔이 직접 머리를 맞대 국경을 정하고 각국 수도를 합의한 뒤 최종안을 제출하라며 공을 넘긴 겁니다.

지난해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위로 불타는 타이어 옆에 이스라엘 국경수비대가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위로 불타는 타이어 옆에 이스라엘 국경수비대가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팔레스타인은 성전산을 포함한 동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삼고 싶어하고, 이스라엘은 ‘시오니즘’의 최종 목적지인 예루살렘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갈등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아닌 유엔이 관할하는 국제 성시(sacred city)로 만드는 게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며 “성전산을 국제 사회의 공동 관리 대상으로 삼고 일체의 무기 반입 금지 등 성시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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