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나경원의 추락…"마지막 다리는 불사르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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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6일 ‘부채 탕감’ 저출산 아이디어 문제로 대통령실과 공개 충돌한 뒤 친윤계와 대립하며 출마와 불출마 사이를 오가다 결국 19일 만에 당권 경쟁 무대에서 퇴장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국민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만두기로 했다”며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영원한 당원”이라면서도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여권에선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지난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에서 전격 해임된 뒤 친윤계로부터 “반윤(反尹) 우두머리”(장제원 의원)라는 공격을 받은 뒤에도 출마 뜻을 좀처럼 굽히지 않았던 까닭이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를 했고, 연휴 도중 선거 캠프 사무실 임대 계약까지 알아보는 등 출마 채비도 해왔다.

하지만 전날(24일) 4시간 동안 이어진 참모진 회의에서 불출마 의견이 비등하는 등 주변에서 출마를 말리는 의견이 커지자 결국 불출마로 마음이 굳어졌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고민이 길어지면서 설 연휴 동안 많은 원로가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했다”며 “나 전 의원의 부친도 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9일 서울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9일 서울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1월초까지 부동의 지지율 1위이던 나 전 의원이 중도 낙마하게 된 배경으로는 여러 원인이 꼽힌다.

우선 나 전 의원이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당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고 저울질한 게 패착이라고 여권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장에서도 “비상근이고 무보수·명예직이기 때문에 다른 직 겸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친윤계뿐 아니라 당내 인사 대부분도 “잘못된 처신”이라고 봤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장관급 직책을 두 개나 줬는데, 이 자리를 자기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대통령실에서) 매우 강했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대통령실과 거래를 하려는 듯한 태도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척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내 고립 현상이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초 범윤계로 분류됐던 나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을 미는 '윤핵관'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나 전 의원을 돕지 않았다.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13일 문서로 사의 표명을 하고 전격 해임됐을 때나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에 전격적으로 출마든 불출마든 결정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의미다.

결정이 미뤄지면서 지지율은 하락세였다. 지난 22~23일 조사해 25일 발표된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나 전 의원은 김기현 의원(25.4%), 안철수 의원(22.3%)에 밀려 16.9%를 기록했다.

나경원 전 의원. 사진 페이스북

나경원 전 의원. 사진 페이스북

다만 “막판 불출마가 정치적 퇴로를 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은 뒤 국회로 다시 입성하는 게 나 전 의원으로선 현실적인 과제인데, 전당대회 불출마를 통해 국민의힘 주류와의 연결 다리가 완전히 불사르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결국 이 정부에 채권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총선 경쟁력이 있는 나 전 의원이 정치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서울 험지(동작을)에서 나 전 의원을 대체할 카드가 쉽게 있겠는가"라며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 주자로 또다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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