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일 격리'도 해제? 엇갈린 전문가들…'언제 풀까'엔 입 모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4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오는 30일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되면 국내 코로나19 주요 방역 조치 중 ‘확진 시 7일 격리’ 의무만 남게 된다. 정부는 유행 감소 추세에 따라 격리 의무 완화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견이 여전하다. “지금 당장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우세한 가운데 단순히 격리 기간을 단축할 것인지, 7일 격리 기간을 유지하되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향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 20일 실내마스크 의무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격리 단축ㆍ해제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도 이제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됐다고 생각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국내 코로나 위기 단계가 내려가면 전문가들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 14→10→7일로 격리 기간 단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3년간 이뤄졌던 자가격리 기간 조정안을 돌아보면 향후 논의에서 의무 해제보다는 격리 기간 단축이 유력하게 검토될 공산이 크다. 격리 기간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14일이었다가 2021년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10일로 줄었다. 지난해 2월부터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확진자일 경우 7일로 조정됐다.

방역 당국이 7일 격리를 유지하는 근거는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평균 기간이 일주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외에도 벨기에, 뉴질랜드, 체코가 7일 격리 의무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튀르키예는 격리 기간 중 검사에서 음성일 경우를 제외하면 7일 격리가 의무다.

정기석 “의무 해제보단 기간 단축 고려해야”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아예 의무를 없애는 건 부담스럽다. 확진 후 6~7일 차에도 4명 중 1명은 여전히 바이러스가 배출된다. 격리를 완전히 없애면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서 유행이 커질 수 있다”라며 “단축으로 가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잠재적으로 국민의 면역 수준이 높아지고, 재감염되면 바이러스의 배출 기간이 짧아질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데 근거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5일 정도로 기간을 단축하는 건 고려해볼 만하다.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를 피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격리 기간을 5일 이내로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이탈리아,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이스라엘 등이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은 5일 이내 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태국 등은 격리 제도 자체가 없다.

엄중식 “바이러스 배출 최대 7일인 건 변함 없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학방역 차원에서 보면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것보다는 7일이라는 기간은 그대로 두고 의무를 권고로 바꾸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격리 기간을 줄인다고 해서 바이러스 전파 기간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기간을 5일로 줄이든, 3일로 줄이든 여전히 바이러스 배출이 최대 7일까지 이어지는 건 변함이 없다”라며 “질병 자체가 변한 게 없는데 근거 없이 5일로 줄이기보다는 차라리 7일 격리 기간은 유지하고 권고 형태로 바꾸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격리 의무 조정 시점 “시기상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격리 의무 완화 방향에 대해 이견을 보이던 전문가들은 조정 시점에 대해선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정기석 위원장은 “독성이나 전파력이 얼마나 되는지 과학적 근거가 좀 더 필요하다. 확진자 숫자로 볼 때는 하루 1만명대 수준으로 안정화되면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7일 격리 의무는 일종의 상병수당 혹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 격리 의무가 있어야 진단검사를 받고 쉴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은 아프면 쉴 권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염병적 측면보다는 사회적인 측면을 고려해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중식 교수는 “이제 실내마스크 의무를 해제하는 상황인데 만약 격리 의무까지 풀게 되면 각각이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실내마스크 해제 후 4주 정도 뒤에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