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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컷칼럼

‘지공선사’ 대열에 선 ‘58년 개띠’

중앙일보

입력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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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논설위원

윤석만 논설위원

올해부터 ‘58년 개띠’가 만 65세가 된다. 이들이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무슨 의미냐고 할 수도 있지만, ‘58년 개띠’가 노인 대열에 들어서는 건 의미가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가요·영화·드라마는 물론 광고·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상징으로 소비됐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들을 ‘심볼릭 코호트(symbolic cohort·상징적 세대집단)’라고 부른다. “사회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표성을 띤 집단”이란 이야기다. 조 교수는 이들이 “고교에 입학한 1974년부터 평준화 제도가 시작되는 등 한국사회의 주요 변곡점마다 화두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무임 손실액 연 6300억
평균수명 40년간 66.1세→83.6세
정년연장 등 노인기준 올릴 필요

‘58년 개띠’는 비슷한 연배 중 인구 규모가 가장 크다. 과거엔 출생신고가 늦거나 누락하는 경우도 많아 1960년 정부는 대대적 인구센서스를 실시했다. 이때 만 2세 인구가 동일 연령대 처음 100만 명을 넘겼다. 이후 ‘58년 개띠’는 베이비부머의 대표 세대로 인식됐고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함께 성장했다.

‘58년 개띠’를 시작으로 향후 10여년간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 대열에 들어선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전체 인구의 19.4%)을 돌파한다. 2045년이면 전 국민의 37%가 노인이 돼 일본(36.7%)의 고령화율을 추월한다.

노인 인구의 급증은 재정 부담 악화를 뜻한다. 만 65세가 되면 월 32만원인 기초연금부터 진료비·약값·임플란트 할인, 비과세 저축 등 크고 작은 복지 혜택이 많다. 여기에 각종 경로우대 정책과 지자체가 제공하는 여러 혜택을 포함하면 재정 부담은 훨씬 커진다.

대표적인 게 지하철 무임승차다.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에서 노인 등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6300억원(2019년)이었다. 이중 서울이 59%(3710억원)로 가장 많다. 같은 해 서울교통공사는 5865억원의 적자를 봤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무임승차 탓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엇이 문제인가.
“교통복지 차원에서 처음 도입했지만, 노인 인구 급증으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시작한 정책인데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운영기관에 부담을 전가하는 건 불합리하다.”
국고 지원이 안 되는 이유는.
“예산 처리 때마다 여야는 물론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설득한다. 그러나 액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 이를 지자체가 떠안고 있으니 얼마나 부담이 크겠나. 이 비용은 결국 서울시민이 내게 된다.”
해결 방안은.
“철도 등은 법령에 따라 국가가 ‘공익서비스로 인한 손실 보전(PSO)’을 해준다. 올해 철도 관련 PSO는 3979억원이 편성됐다. 지하철도 ‘도시철도법’을 개정해 제도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국비 지원 원칙을 세워야 한다.”

무임승차 제도 도입(1984년) 직전인 1981년 경로우대법 제정 당시 만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3%대에 불과했다. 당시 평균수명은 66.1세로 현재(2021년 83.6세)보다 훨씬 낮았다. 소수의 진짜 노인들에게 국가가 복지 혜택으로 줬던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는 이야기다.

해법은 두 가지다. 본질적으로 사회 전반의 고령화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노인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만 70세는 돼야 노인이라고 답했다. 대한노인회도 2015년 노인 기준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지하철도 철도처럼 PSO를 지원하는 것이다. 국가주도 정책의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고, 주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우는 것은 불합리하다. 다만 지하철이 없는 지역의 역차별을 고려해 지금 같은 무제한 이용권이 아니라 일정 금액·횟수만큼 지하철·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패스를 지급하는 게 공평하다.

이미 서울시는 며칠 전 2015년 이후 처음 지하철 요금 인상 방침을 밝혔다. 1250원에서 1550원으로 오를 전망인데, 이 역시 지하철 수송원가(2067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지공선사’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지 않는 한 시민의 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다.

앞으로 10여년간 이어질 베이비부머의 노인화는 사회적 부담을 계속 키운다. 특히 개선 시효가 이미 지나 불합리해진 복지 혜택을 고치지 않고 놔둔다면 미래세대는 더욱 큰 짐을 지게 된다. 올해는 정년연장을 포함해 노인 기준 상향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글=윤석만 중앙일보 논설위원  그림=김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