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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술' 편견 깨고 MZ 세대 사로잡은 바이주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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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중국에는 흥미로운 채용 소식이 한 건 게재됐다. 중국의 바이주 생산 업체인 구이저우춘(貴州醇)의 회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연봉 500만 위안(약 9억 1800만 원)에 영업 담당 책임자를 영입했다"는 글이었다. 주류업계에서 전례 없는 고액 연봉에 경력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들의 시선이 쏠렸다. 비슷한 시기 궈타이(國臺), 수이징팡(水井坊), 안주(安酒), 셴탄(仙潭) 등 4개 업체도 최고 연봉 50만위안(약 9400만원)을 제시하는 경력직 구인 공고를 올리며 인재 쟁탈전에 합류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술이자, 매해 명절 혹은 비즈니스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고급 선물'로 여겨지던 바이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바로 정책과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집권 이후 부패와의 전쟁이 시작됐고, 젊은 세대들의 저도주 선호 경향이 짙어지며 바이주가 설자리를 잃은 것. 업체들이 주조사가 아닌 마케팅, 영업 직원 모집에 사활을 건 것은 브랜드 이미지 재편과 유관하다. 마케팅을 통해 주류 소비층의 선택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한 것.

이런 상황에서 MZ 세대의 바이주로 업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바이주 브랜드가 있다. 바로 장샤오바이(江小白)다.

2011년에 등장해, 올해로 창립 12주년을 맞은 장샤오바이는 등장해 어른들의 술로 통하던 바이주를 ‘젊은 세대’의 술로 포지셔닝 하는 데 성공했다. 어떤 전술이 주효했을까?


MZ 세대 맞춤 바이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장샤오바이(江小白)의 장(江)은 강진(江津)에서 발원했다는 뜻이고, 샤오바이(小白)는 젊은이들이 겸손하고 낙관적이며 단순하고 순수한 생활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장샤오바이는 론칭 때부터 브랜드 방향성과 정체성이 분명했다. 바로 ‘젊은 세대’의 음주 수요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근엄하고 고급스러운 기존 바이주와는 다른 패키지 ▲저도주(低度酒) 전략 ▲언제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게 접근성을 높였다.

장샤오바이는 패키지에 청춘을 위로하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사진 장샤오바이 공식홈페이지]

장샤오바이는 패키지에 청춘을 위로하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사진 장샤오바이 공식홈페이지]

장샤오바이는 올드한 디자인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늘어나는 1인 가구와 혼술을 즐기는 2030세대의 문화를 반영해 100ml 단위의 작은 병으로 패키지를 바꿨다. 바이주 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작아진 사이즈만큼 가격대도 100위안(약 1만 8000원)을 넘지 않는 선으로 책정됐다.

기존 50~60도에 이르던 독한 바이주를 40도로 낮춰 비교적 ‘순한 맛’으로 바꾼 것도 젊은 세대에게 통했다. 기존 바이주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장향(酱香)형, 농향(浓香)형 바이주 대신 향긋하고 순하며 깔끔한 맛의 소곡청향(小曲清香)을 선택했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혼술 문화,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이 아닌 기분 좋게 살짝 취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음주 문화가 번져 나가며 장샤오바이는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패키지에 감성을 더한 것도 주효했다. 장샤오바이는 주요 소비자층인 바링허우(80后), 지우링허우(90后)를 타겟으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기분, 심경도 함께 곱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장샤오바이는 술자리에서 술잔을 들며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런 어색한 상황에서 장샤오바이는 하나의 소품으로 활용된다. "진정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경력이다", “배는 뚱뚱해졌는데, 이상은 메말라가네”, "대부분의 번뇌는 경험이 적어서 발생한다",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시죠" 등 패키지에 적힌 인용문 하나하나는 대화의 주제가 되고, 화두가 됐다.

구매 경로 역시 다양하게 설정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슈퍼나 편의점 같은 소매점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다양화했다. '작은 모임, 작은 술, 작은 순간, 작은 기분'에 맞춰 조율된 제품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수요를 잡기 충분했다.

장샤오바이는 마케팅과 홍보에도 능숙하다. 랩, 힙합, 그라피티 등 대중 예술 및 문화 공연을 통해 브랜드와 젊은 세대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장샤오바이 욜로(YOLO) 청년문화제(江小白YOLO青年文化节)’를 통해 랩과 힙합 뮤지션이 참여하는 공연을 기획했고, ‘장샤오바이 JOY IN BOTTLE 국제 그라피티 대회(江小白JOY IN BOTTLE国际涂鸦赛事)’를 열어 소년, 청년들의 문화인 ‘그라피티 아트’를 지원했다.

장샤오바이의 패키지(왼) 웹툰 ‘나는 장샤오바이다(我是江小白)’(오) [사진 장샤오바이 공식 홈페이지]

장샤오바이의 패키지(왼) 웹툰 ‘나는 장샤오바이다(我是江小白)’(오) [사진 장샤오바이 공식 홈페이지]

또 웹툰 ‘나는 장샤오바이다(我是江小白)’를 제작했으며, 영화나 TV 프로그램 협찬을 통해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노출하고 있다. 포장 라벨마다 의미 있는 문구를 새기는 감성 마케팅을 비롯해 드라마·영화·간접광고(PPL), 강연 및 스포츠 후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장샤오바이는 2014년에 이미 억대 매출을 달성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에는 10억 위안(약 1906억 원), 2018년에는 20억 위안(약 3813억 원), 2019년에는 30억 위안(약 57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음에도 29억 위안(약 5529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중국 후룬리포트의 2022년 글로벌 유니콘 목록에서 장샤오바이는 489위에 올랐다. 기업 가치는 135억 위안(약 2조 47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초로 과일 바이주 생산하며 '혁신' 이끌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는 저도주와 과일주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전통주 브랜드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장샤오바이도 앞서 개발에 나섰다. 장샤오바이는 마시기 쉽고, 보기 좋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파악해 술의 맛과 풍미를 개량했다.

2020년 9월 중국 최초로 바이주에 과즙을 첨가한 궈리팡(果立方) 시리즈를 출시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장샤오바이는 기존의 바이주, 과일 풍미가 더해진 궈리팡 및 매실주 메이지안(梅见)으로 대표되는 주종 카테고리를 형성했다.

장샤오바이는 과일 바이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사진 장샤오바이 공식홈페이지]

장샤오바이는 과일 바이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사진 장샤오바이 공식홈페이지]

지루하고 정체된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장샤오바이와 다른 음료를 섞어 마셔도 맛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온라인과 SNS에서는 장샤오바이와 레몬즙, 사이다, 홍차 등과 섞어 마시는 레시피가 떠돈다.

장샤오바이는 새로운 세대의 취향과 욕구를 통찰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소비자와 공생 메커니즘을 만들기도 했다. 소비자가 제품의 맛과 디자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가 공동 제작자 및 제품 바이럴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장샤오바이가 반짝 빛나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료하다.

첫째, 기존 바이주 브랜드와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고, 다양한 홍보 채널을 활용해 인지도를 높였다. 둘째, 언제 어디서든 생각나면 살 수 있도록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유통망을 구축했다. 셋째, 빠른 속도로 전체 양조 산업 체인을 완성했다. 장샤오바이는 산업 체인 전략을 발표하고, 이미 4년 전인 2018년에 중앙 집중식 공업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30억 위안(약 5720억 원)을 투자했다.

바이주를 '아재들이나 마시는 술'에서 MZ 세대가 찾는 술로 바꾼 장샤오바이. 소비자들의 니즈와 트렌드를 읽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닐까.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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