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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는 41만 위안’ 中 강타한 스포츠 뽑기가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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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모징시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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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라이브 방송은 스트리머가 반복해서 박스를 여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된 이래 지난 12월 9일까지 틱톡에서 해당 주제 영상의 조회수는 12억 1000만 회를 넘었다. 바로 ‘스포츠 카드(毬星卡·치우씽카)’ 이야기다.

‘트레이딩 카드’라고도 불리는 스포츠 카드는 주로 축구, 농구, 야구 등 스포츠 분야 스타들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다. 보통 한 박스에 6장 내지는 8장의 카드가 들어있고, 운이 좋으면 희귀 카드나 선수의 친필 사인 카드 등을 얻을 수도 있다.

티몰 타오바오 2020-2022년 스포츠 카드 매출 변화, 축구 카드 매출(위)과 농구 카드 매출(아래) [사진 모징시장정보]

티몰 타오바오 2020-2022년 스포츠 카드 매출 변화, 축구 카드 매출(위)과 농구 카드 매출(아래) [사진 모징시장정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중국에서 스포츠 카드는 더욱더 불티나게 팔렸다.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알리바바 산하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티몰(天貓)과 타오바오(淘寶)의 스포츠 카드 매출은 33만 7300위안(한화 약 6242만 748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09% 증가했으며 판매량은 4만 2600개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59% 증가했다.

[사진 카타오]

[사진 카타오]

최근 중국의 토크쇼 스타인 후란(呼蘭) 역시 NBA 선수의 스포츠 카드 수집에 푹 빠졌다고 고백하면서 스포츠 카드 열풍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중국 스포츠 카드 거래 플랫폼인 카타오(卡淘)에는 경매가가 수만 위안에 이르는 카드가 즐비하다.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라는 이유로 메시의 사인이 들어간 스포츠 카드는 41만 7100원(한화 약 7719만 6868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1차부터 2차까지, 中 스포츠 카드의 세계

[사진 Heritage Auctions]

[사진 Heritage Auctions]

스포츠 카드의 시초는 미국 담배 제조사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담뱃갑에 넣어둔 사은품이었다. 사은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집 문화가 자리 잡았고, 단독 상품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파니니(PANINI), 어퍼덱(UpperDeck), 퓨테라(Futera), 탑스(Topps) 등 스포츠 카드 제작 전문 회사들이 생겨났다.

현재 중국 스포츠 카드 시장은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뉜다. 1차 시장은 스포츠 카드 발행 회사 또는 대리점에서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모징(魔鏡)시장정보에 따르면 티몰 및 타오바오 이용자는 주로 파니니 공식 스토어에서 스포츠 카드를 구입하고 있으며 최근 2년간 그 매출과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희귀 스포츠 카드의 시장 공급은 스포츠 카드 애호가들의 수요에 미치지 못했고, 2차 시장을 형성했다. 해외 스포츠 카드의 2차 시장 거래는 주로 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중국의 2차 시장은 카타오 등 카드 전문 거래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며 중고 거래 또는 경매 형태로 판매된다.

스포츠 카드 시장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그중에서도 스포츠 카드의 신흥시장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즈옌컨설팅(智研咨詢)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스포츠 카드 소비 증가율은 205%로 세계 평균 성장률인 162%보다 높다. 2차 시장의 경우 작년 7월 베이징 바오리(北京保利) 경매에서 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친필 사인 스포츠 카드 두 장이 모두 백만 위안(한화 약 1억 8512만 원) 이상에 낙찰되기도 했다.

뒤늦게 중국 열광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스포츠 카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감정과 추억의 투영을 꼽았다. 스포츠 카드는 스포츠 IP의 파생상품으로, 일부 스포츠 팬들이 스포츠 스타에 대한 애정을 카드에 투영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팬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카드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친필 사인이 새겨진 카드 수집 등 일련의 과정에서 스타와의 준 사회적 관계가 구축되는데, 현실 세계에서 교류 부재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카드를 모으는 과정에서 수집자는 성취감과 정서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스포츠 카드 수집은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어 수집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사진 CBH]

[사진 CBH]

랜덤 박스의 중독성도 스포츠 카드의 인기에 힘을 더한다. 스포츠 카드 열풍은 중국에서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아트토이 '몰리(Molly)' 랜덤 박스의 인기를 떠올리게 한다. 구매자들은 박스를 열기 전까지 자신이 어떤 등급의 카드를 꺼낼지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 카드를 뽑지만, 간혹 희귀 카드를 뽑기도 한다. 스포츠 카드 애호가들이 카드 중복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카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불확실성에 있다. 스포츠 카드 언박싱 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도 사람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카드는 뛰어난 상업적 가치를 지녔다. 대부분의 스포츠 카드는 특정 시기에 한정적으로 발행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카드부터 번호가 매겨진 한정 카드, 스포츠 스타의 친필 사인 카드까지 다양한 종류와 등급의 스포츠 카드가 있다. 특히 소장 가치가 높은 희귀 카드는 2차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투자를 목적으로 스포츠 카드 랜덤 박스를 대량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스포츠 카드 투자가들은 일부 카드의 희소성을 높이면서 스포츠 카드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PWCC 마켓 플레이스(PWCC Marketplace)가 시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100장의 스포츠 카드를 추적한 결과, 스포츠 카드 투자는 평균 264%의 수익을 올린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스포츠 문화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면서 스포츠를 주제로 한 제품들이 다양해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스포츠 카드를 비롯해 스포츠 IP를 활용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2022년 초 중국 포커 카드 선두업체인 야오지테크놀로지(姚記科技)가 스포츠 카드 시장 진출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포츠 카드 언박싱 영상 열풍부터 중국 기업의 스포츠 카드 사업 진출까지, 일련의 변화들은 스포츠 카드가 중국 시장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스포츠 카드 거래 시장에 진입하면서 중국에서 스포츠 카드 수집은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손바닥만한 카드가 수많은 중국 스포츠 팬들에게 자신이 열광하는 팀 또는 선수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기념하는 물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월드컵과 함께 더욱 뜨거워진 중국의 스포츠 카드 열풍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중국 스포츠 카드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박고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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