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동호의 시시각각

벌써 궁금해지는 169석의 운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김동호 경제에디터

김동호 경제에디터

진짜 의문이다. 169석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선택을 줄줄이 가로막는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에게 어떤 선택을 받을까. 그 선택의 날이 내년 4월이다. 그다지 멀지 않았다. 제1야당이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게 4400만 유권자와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 민주당의 선택이 옳다. 반면에 정부 정책이 옳은데도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하는 유권자가 많으면 169석은 위태롭게 된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정부의 핵심 정책은 거의 올 스톱 상태다. 말로만 외칠 뿐이지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진척된 게 없다. 12대 핵심 국정 과제 중에서 민주당과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3개뿐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에 연동된 종합부동산세 중과 해소를 위한 ‘세제 정상화법’이 그중 하나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도 영끌과 빚투에 나섰다가 위기에 몰린 MZ세대를 외면할 수 없었을 터다.

민주당, 혁신 정책 가로막고 질주
방향 전환 없이 거대 의석 못 지켜
정책 경쟁 펼쳐야 국민 지지 받아

또 하나가 일명 ‘반도체 특별조치법’이다. 이 법의 공식 명칭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경쟁력 강화의 길을 막았다. 당초 국민의힘이 제시한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25%를 10%로 깎았다. 여기에 산업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혜택이 너무 크다”며 8%로 더 낮추면서 ‘첨단 전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뒤늦게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지원 추가 확대를 검토하라”고 했지만 비토만 놓는 민주당의 벽을 넘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법안들은 어느 하나 한가한 게 없다. 국가재정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예산을 펑펑 쓰는 바람에 1000조원을 훌쩍 넘긴 국가채무 건전화를 위해 시급하다. 재정은 주인 없는 돈이라 법에 정해 놓지 않으면 누구나 가져다 쓰게 돼 있다. 그리스는 물론 일본처럼 국가채무 때문에 경제 운용이 어려워지는 건 순식간이다.

주 52시간제 유연화도 제동이 걸려 있다. 중소기업과 건설업계는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근로자는 소득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에 귀를 막고 있다. 대기업은 충격을 흡수하지만 취약계층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 때문에 “한국이 자멸하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져도 민주당은 아동수당법 개정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수당을 더 준다고 출산율이 금세 올라갈 리 없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출산과 양육에 도움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후 신도시 재생에 관한 법률도 민주당에 가로막혀 있다. 노후 신도시를 재생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주택 공급도 늘어나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스토킹처벌법 강화야말로 시급한 시민 안전 법안이지만, 이것도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역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한국이 생존하려면 촌각을 다퉈야 하는데 민주당에 가로막혀 있다. 과거에도 여소야대 상황이 있었지만 정부 정책을 볼모 삼아 정쟁을 지속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대로 오르고 있다. 물론 윤 정부는 자만할 처지가 아니다.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반사적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측면도 있어서다. 개혁 성과가 가시화해 지지율이 오른다고 보긴 어렵다.

공룡 야당의 정부 발목잡기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민의를 수렴하는 총선이 내년 4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대비하려면 민주당은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계속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든지, 이제라도 합당한 정책이라면 협력하고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대결을 벌이든지 양자택일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방탄 행태,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도 유권자 선택의 고려 사항이다. 15개월 후 총선 결과가 벌써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