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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사우디·싱가포르서 1.2조 투자유치한 카카오엔터, 글로벌 IP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1조2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를 유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카카오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웹툰, 웹소설, 음악,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IP를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웹소설, 음악,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IP를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무슨 일이야

카카오엔터가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카카오엔터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해외 투자자들이 인수하는 형태다. 투자에는 ‘빈 살만 펀드’로도 알려진 PIF와 싱가포르투자청이 6000억원씩 참여했다. 이들은 카카오엔터 지분을 각각 5.1%씩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이번 투자에서 카카오엔터는 12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 측은 “차별화된 지식재산권(IP) 밸류 체인의 경쟁력을 국내외로부터 인정받았다”며 “역대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 규모이며,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콘텐트 업계에서 조 단위 해외 투자 유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카카오 본사가 2018년 초 싱가포르 증시에 1조 800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 적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① 카카오의 글로벌 첨병: 카카오엔터는콘텐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카카오 비욘드 코리아’ 전략의 핵심이다. 카카오엔터는 연예 기획사를 비롯해 웹툰·웹소설 등 콘텐트 제작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콘텐트 근원이 되는 스토리(지식재산권‧IP)부터 작가·감독·배우 수급 및 제작, 이후 플랫폼 유통까지 통합하는 엔터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추구해온 것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엔터는 1만여 개 웹툰, 웹소설 IP와 7만여 곡 음원, 보컬리스트·배우 등의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차곡차곡 쌓아온 자원과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결합해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왼쪽)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왼쪽)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② 오일머니의 K엔터 투자: K콘텐트에 대한 사우디의 투자는 단발성이 아니다. PIF는 지난해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엔씨소프트(9.26%)와 넥슨(9.14%)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6월 방한한 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 겸 문화부 장관은 CJ ENM‧SM엔터테인먼트 등을 둘러보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는 곧 실질적인 협업으로 이어졌다. 9월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K팝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케이콘을 개최했고, 12월 열린 사우디 홍해국제영화제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이 초청됐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SM) 총괄 프로듀서는 11월 사우디 관광청과도 MOU를 맺고, S-팝(사우디팝) 오디션 개최부터 나무 심는 뮤직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집권 이후 화석 연료 기반 경제를 문화‧첨단기술로 전환하겠다며 세운 ‘비전 2030’의 핵심 파트너에 한국 콘텐트·엔터 기업들이 자리잡은 셈.

1조2000억, 카카오는 뭐할까

① 글로벌 IP+플랫폼=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는 투자금의 절반을 기존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가 핵심. 카카오의 글로벌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를 아우르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IP 비즈니스를 확대한다. 이날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한국 정부의 K컬처 성장 전략에 발맞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와 K콘텐트를 융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웹툰·웹소설 중심의 스토리 부문은 더 다양한 IP를 발굴해 북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선보일 계획이다. 미디어 부문은 인기 IP를 재해석해 글로벌 경쟁력 있는 프리미엄 영상 콘텐트 제작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뮤직 부문은 K팝이 글로벌 음악 산업의 주류로 올라선 만큼 소속 아티스트들의 해외 투어와 프로모션, 음반 발매 등에 주력한다.

② SM 인수 가능성 커지나: 카카오의 투자금의 나머지 절반을 M&A에 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SM 인수에 다시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와 SM은 2021년부터 인수 협상을 해왔으나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보유 지분 약 18%를 지분 가치(약 3000억원)의 2배 수준에서 인수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된 데는 ‘돈’보다 이 총괄 프로듀서의 인수 후 지위 등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그동안 인세 명목으로 SM 매출의 최대 6%를 챙겨온 이수만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계약 조기 종료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이번 투자가 프리IPO 성격인 만큼, 카카오엔터의 상장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그동안 글로벌 상장 계획을 밝혀왔지만, 카카오 본사에 대한 ‘쪼개기 상장’ 비판이 커지면서 상장 추진이 중단된 면이 있다. 카카오엔터는 “IPO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기업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기, 방법 등을 고려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상장 준비를 꾸준히 해온 만큼 이르면 내년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