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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방? 그런것 없다"…'오겜 대박' 이정재 단호한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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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수여하는 '한국이미지상 2023'의 디딤돌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 사진 CICI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수여하는 '한국이미지상 2023'의 디딤돌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 사진 CICI

“인생에 한 방은 없습니다. 얇은 종이 한 장에 꽉 채워진 글이 모여 성경이나 불경이 되듯, 작은 부분들이 켜켜이 쌓여야 큰 운과 기회도 온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세계가 가장 주목한 인물 중 한 명인 배우 겸 감독 이정재(51)의 말이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이 매년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한국 이미지상’에서 올해 디딤돌상을 받은 소감이다. CICI는 11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시상식을 열고 이정재 감독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현재 스타워즈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촬영으로 해외에 체류 중이다.

올해 CICI 한국이미지상 디딤돌상은 이 감독에, 주춧돌상은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에, 새싹상은 황선우 수영 선수에, 징검다리상은 유로 패션하우스에 돌아갔다. 올해는 CICI가 창립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배우 이정재(왼쪽)가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CICI

배우 이정재(왼쪽)가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CICI

최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이정재가 특별히 강조한 건 ‘축적된 노력’이었다. 그는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고, 감독으로서의 첫 데뷔작인 영화 ‘헌트’까지 흥행시켰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는 천운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한 방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인생에 운이 따르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겸손히 받아들이되, 그 기회를 위해선 꾸준히 노력해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대로 느껴진다”는 최 이사장의 말에 “최고라고는 말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배우로, 감독으로 인생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험로를 걸었던 순간도 많았다. 그는 어릴 적 세상과 사람을 마음껏 구경하면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택시 운전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CF 광고를 찍었고, 이어 연예계에 들어섰다. 연기가 어려웠고 혼도 많이 났다고 한다. 그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순간이 매우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책임감이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길이 보였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잘할 수 있구나’라고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삶이 달라졌냐는 질문에 그는 “생각의 전환이 많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그는 “K-콘텐트가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는 만큼, 작품을 신중하게 선정하고 만드는 노력도 더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연아 전 수는 이날 행사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그는 올림픽 챔피언이 된 2010년보다 2년 전인 2008년, CICI에서 새싹상을 받은 인연이 있다. 그는 이날 “오래 전, 어렸던 저를 알아봐주셨는데 이젠 세월이 흘러 주춧돌상까지 받았다”며 “은퇴한지 꽤 오래됐지만 좋은 모습으로 계속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이미지상 2023' 시상식에서 '주춧돌상'을 받은 피겨 퀸 김연아. 연합뉴스

'한국이미지상 2023' 시상식에서 '주춧돌상'을 받은 피겨 퀸 김연아. 연합뉴스

김연아 전 선수는 이어 최 이사장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묻자 웃으며 “저도 어린 시절 힘들게 훈련을 해 선배랍시고 조언을 하는 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많은 이들 앞에서 경기할 때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생활에 대해선 “모든 패턴이 운동에 맞춰진 규칙적 생활을 하다가 이젠 보통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그때는 누리지 못한 소소한 일상도 누리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2008년 새싹상의 주인공 김연아 전 선수 다음엔 올해의 새싹상 수상자인 황선우 도쿄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가 단상에 올랐다. 새싹상은 만 20세 이하 인물에 수여된다. 황 선수는 “어린 나이에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수영 하면 황선우라는 이름이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한국이미지상 2023' 시상식에서 '새싹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한국이미지상 2023' 시상식에서 '새싹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최정화 CICI 이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20년 전, 한국의 우수함을 알리고 싶어 CICI를 만들었는데 이젠 세계인들이 K-문화를 함께 누리고 싶어해서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포함해 모두 63개국 대사들이 모였다. 주한 외교사절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모이는 행사는 팬데믹 전후를 통틀어서도 흔하지 않다.

박진 외교장관이 11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이미지상 2023'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진 외교장관이 11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이미지상 2023'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은 축사에서 “한국 문화 콘텐트 수출액은 124억 달러를 넘어섰다(2021년 기준)”며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소중한 일을 해온 CICI가 20주년을 맞이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미국 측 카운터 파트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블랙핑크의 ‘셧다운’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뚜두뚜두’를 좋아한다”며 “피겨 퀸을 넘어 기 부퀸이 된 (CICI) 주춧돌상 수상자 김연아를 항상 응원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이어 단상에 오른 골드버그 대사는 축사에서 “한국은 대중문화뿐 아니라 패션과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으며, 미국인과 세계인들은 모두 다음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오늘 이 시상식의 주역들이 바로 그 기적적인 발전을 이끌어온 주인공들”이라고 말했다.

11일 열린 '한국이미지상 2023' 시상식에 참석한 인사들. (왼쪽부터)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이탈리아대사,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 박진 외교부 장관,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황선우 수영 선수,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EU대사,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뉴스1

11일 열린 '한국이미지상 2023' 시상식에 참석한 인사들. (왼쪽부터)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이탈리아대사,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 박진 외교부 장관,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황선우 수영 선수,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EU대사,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뉴스1

CICI가 진행하는 한국의 대외 이미지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이날 발표됐다. CICI는 한국 이미지상 시상에 즈음해 한국인 및 외국인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왔다. 올해엔 한국인과 외국인의 답변 결과가 다른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는데, “한국 하면 떠오르는 스포츠”에 한국인은 ‘양궁(87%)’을, 외국인은 ‘태권도(90%)’를 꼽은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2022년 한국에 관해 가장 많이 검색하거나 접한 키워드”를 묻는 질문엔 한국인(53.64%)과 외국인(61.21%) 모두 “북한”을 1위로 꼽았다고 CICI는 밝혔다. 2위와 3위도 동일했는데, “한국 영화와 드라마(한국인 50.61%, 외국인 38.48%)”,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한국인 29.09%, 외국인 20.30%, 복수응답)”이었다.

팬데믹 관련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가장 지출이 늘어난 분야”를 묻는 질문엔 국내외 모두에서 1위로 해외여행, 2위 국내 여행, 3위는 의류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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