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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가 로펌에 준 100억, 수임료인가 검은 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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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9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9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변호를 맡은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함께 수사하고 있다. 김씨가 A법무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수임료를 지급한 배경에는 범죄수익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김씨 수사 과정에서 ‘자금 현황 보고’라는 취지의 문건을 확보하면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문건에는 수표와 부동산 등 김씨 재산에 대한 법률 조언이 담겨있었다. 검찰은 처음엔 A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문건 작성에 관여한 줄 의심하고 추적하다가, 수임료가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A법무법인 측은 “문건 작성과 전달은 다른 변호사가 했고, 우리 법무법인과 관련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 역시 다른 변호사를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이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와 피의자 간 금품거래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의혹으로 수사하는 건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는 변호사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를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홍만표 변호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홍 변호사가 2014~2015년 도박 혐의로 수사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무혐의를 끌어낸 과정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조세포탈 혐의를 확정한 후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로비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2심에서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로비 의혹을 무죄로 판단했다. 금품은 받았지만, 변호사의 지위와 무관하게 받은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홍 변호사는 다른 정부기관에 대한 로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A법무법인 측은 “김 씨가 항소심 비용까지 합쳐서 미리 지급한 수임료이고, 회계처리 등의 이유로 돌려준 것뿐”이라며 “120회에 달하는 재판과 수사 대응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변호사 역시 “정당한 법률자문 범위 내 업무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임료가 대장동 개발 비리 수익 중 일부라는 사실을 변호사가 알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홍 변호사 사례와는 오간 금품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죄명 중 ‘제3조 범죄수익 등의 은닉 및 가장’ 혐의와 ‘제4조 범죄수익 등의 수수’ 혐의를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한다.

검찰 수사를 놓고 법조계에선 파장이 일고 있다. 한 변호사는 “비단 A법무법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향후 유사 사건에서 수임료 수수와 관련해 이 수임료가 과연 범죄수익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리고 이를 변호사가 어디까지 가려내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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