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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어떻게 깎죠?" 자영업자에 퍼진 '정부 지원' 꿀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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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모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체감 경기가 석 달 연속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모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체감 경기가 석 달 연속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어떻게 신용점수를 떨어뜨릴 수 있을까요. 카드론을 받거나 결제일 어기면 200점 정도 떨어지나요.” “현금서비스 받았는데 아직 점수가 그대로네요. 며칠 지나야 떨어지려나요.”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처럼 자신의 신용점수를 고의로 낮춰 정책자금을 받으려는 사례가 생기면서 저(低)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소상공인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8000억원 규모로 신설한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용점수 744점 이하 저신용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연 2.0%의 고정금리(5년 만기)로 지원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금융 여건이 취약한 이들을 우선 지원한다는 취지였으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금리 대출이 알려지면서 일부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사이에 현금서비스나 신용카드 결제일 연체, 대출이자 연체 등 신용점수를 낮추는 방법이 공유되면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실 지난해 신용점수가 낮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대출’을 앞두고도 스스로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용점수 산정 기간을 관련 공고가 나오기 이전으로 정하거나 대출 자격에 대한 세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정책이 신용도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애써온 대다수 소상공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인천 지하철 상가에서 옷·잡화 가게를 21년째 하고 있는 송모(52)씨는 차상위 계층으로 지난 2년반 동안 대출만 14번 받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내며 신용점수를 950점으로 유지해왔다.

송씨는 “신용은 떨어지긴 쉬워도 다시 올리긴 어려우니 어렵게 신용도를 지켰는데 정부 정책 포커스가 거의 모두 저신용자에게 맞춰져 있는 듯하다”며 “납세 의무를 다하고, 연체 이력도 없는 성실한 소상공인에게도 기회를 늘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저신용·고신용으로 나누는 ‘차단막 정책’을 쓰고 있는 듯하다”며 “다양한 구간의 소상공인에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제 갑자기 신용점수를 낮추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새 기준을 제시하려면 유예 및 공고 기간이 필요하다. 또 기준을 바꾸면 민원이 제기되는 등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운용 방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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