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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北무인기 안보참사"…주호영 "文때는 37일간 휘저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6일 여야 지도부는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서울 비행금지구역(P-73)을 통과한 것을 두고 거친 설전까지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북 무인기가 대통령실이 있는 P-73까지 휘젓고 다닌 것은 초대형 안보 참사”라며 “정부는 P-73 침투를 극구 부인하며 야당의 문제 제기를 이적 행위라고 매도했는데, 이야말로 이적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언급한 P-73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 3.7㎞ 구역이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무인기가 P-73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고, 군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호도하는 것은 이적 행위”(국방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합참의 정밀조사 결과 무인기 1대가 P-73 북쪽 상공을 스치듯 지나간 것으로 5일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국가정보원이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국회에 보고한 뒤 논란은 더 증폭됐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정권 무능을 감추려 더 센 말 폭탄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안보 포퓰리즘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권 치부를 가리려고 내던지는 강경 발언이 안보 리스크의 진앙”이라고 공격했다.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언급하거나, 말로만 ‘확전·응징·보복’ 같은 거친 표현을 쓴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경호처장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9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방부 및 합참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해 책임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민주당의 총공세에 국민의힘은 2017년 북한 무인기 침투 사례를 들어 반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북 무인기가 처음 넘어온 것이 아니라 2017년 6월에 37일간 우리나라를 휘젓고 다녔다”며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를 정찰했는데도 문재인 정권은 침투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2017년 북 무인기가 발견됐을 때 문재인 정부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GP(감시초소)를 헐고 DMZ(비무장지대) 영공을 스스로 무력화했던 정권 사람들이 낯 뜨거운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공세에 민주당은 “성주 무인기 침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인 2017년 5월 2일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북 무인기는 5월 2일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성주 등을 지나 북상하다가 5시간 30분 뒤 인제군 야산에 추락했다”며 “문재인 정부 때인 6월 9일은 추락한 무인기를 발견한 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무인기 침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배 의원. 뉴시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무인기 침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배 의원. 뉴시스

여당은 김병주 의원을 향해선 “P-73 침범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군 당국에서도 확인하지 못한 비밀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김 의원이) 30분만 연구하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재주를 알려달라”고 지적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레이더 등 수십 대의 군사 장비가 필요 없는 김 의원의 신통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전날 대통령실도 “김 의원이 정보를 어디서 입수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5일 김 의원을 향해 “북한과 내통한다고 자백하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도 “경호처장을 문책하라는 김 의원 주장은 안보 자해쇼이자 저질 정치쇼”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3성 장군 출신인 신 의원은 육사 37기로 김 의원보다 세 기수 선배다.

이에 김 의원은 이날 “지도를 볼 줄 아는 서울 시민도 국회 국방위에 보고된 궤적 자료를 보고 침투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내통설을 제기한 신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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