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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삼촌보다 좋은 백수 삼촌...부모와 다른 걸 알려준 존재[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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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편지
박종호 지음
풍월당

"서울에 있는 작은 음반 가게"이자 "감상자를 위한 예술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저자가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진 시기, 강의를 영상으로 전환하고 수강생들에게 매주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

음악 얘기가 많을 것 같지만, 웬걸. 나희덕이나 함민복의 시, 필립 로스나 아베 코보의 소설을 비롯해 폭넓은 소재의 문화 이야기가 저자의 유려한 문장을 통해 알기 쉽게 전해진다. 사람 냄새도 담겼다. 택배 기사, 택시 기사를 비롯해 저자가 거리나 시장 등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 그에 대한 저자의 공감이나 연민이 세상의 온기를 불러낸다.

저자는 성장기 얘기도 종종 들려주는데, 삼촌 얘기가 인상적이다. 귀한 클래식 음반을 곧잘 사온 외삼촌에 대한 기억은 삼촌이라는(혹은 이모나 고모), 부모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과 이것저것 함께 하며 세상을 익히거나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기도 했던 존재,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사라진 존재에 대한 예찬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바쁜 삼촌은 곤란합니다. 삼촌은 백수일수록 좋은 삼촌입니다"라고 쓴 배경이다.

이렇게도 썼다. "부모는 늘 최상을 가르치고 최고만을 주지만, 삼촌은 이류도 주고 B급도 주고 때로는 세상에 C급도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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