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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신년인사회, 안철수∙나경원은 마이크도 못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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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 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 했다. 뉴시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이 5일 전격 불출마 선언하면서 친윤계 후보간 교통 정리가 시작됐고,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의 운영 및 총선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6일 출마 선언을 하려던 권 의원의 이날 불출마는 전격적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사진을 공개하는 등 당권 행보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 의원이 “차기 대통령 출마에만 몰두에 둔 사람이 당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것”이라며 사실상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저격하면서 여권에선 “권 의원의 중도 포기가 결과적으로 김기현 의원을 돕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당권 경쟁을 하면서 권 의원과 김 의원의 관계가 냉랭해진 만큼 권 의원은 “다른 후보들이 어떤 연대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의원이 김 의원을 돕느냐, 나 전 의원을 돕느냐에 따라서 경선 판도는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배현진 송파을 의원의 신년인사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배현진 송파을 의원의 신년인사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권 의원 불출마 선언 3시간 뒤 배현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는 ‘윤핵관’ 장제원·이철규 의원과 친윤계 모임 ‘국민공감’ 소속 의원 30여명이 모였다. 당초 이 행사는 ▶권성동 의원 출마 선언 하루 전에 ▶친윤계 의원이 다수 결집해 ▶김기현 의원만 특강에 나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하지만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도 행사에 참석하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행사장에서 두 사람은 마이크를 잡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배 의원은 김 의원을 소개한 뒤 “요새 가장 핫한 남자인 것 같다. 하다보니 또 김장이 됐다”며 곧바로 장제원 의원을 소개했다. 친윤계 의원이 첫 줄에 앉는 바람에 둘째 줄에 앉아 있던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은 김 의원이 특강을 하자 그제야 첫 줄로 옮길 수 있었다.

행사 시작 전 김기현·장제원·이철규·배현진 의원 등은 참석자들과 서로 손을 맞잡고 만세하는 사진을 찍었지만, 미처 행사장에 도착하지 못한 안 의원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나 전 의원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5일 오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열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당대표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열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당대표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권 의원의 불출마를 놓고도 경쟁자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희생적 결단이 당 단합을 도모하는 커다란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나 전 의원은 “권 의원이 (출마를) 한다고 했는데 하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안 의원은 ‘친윤계 후보간 교통 정리로 보느냐’는 질문에 “꼭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한때 권 의원과 ‘브러더(형제)’ 사이로 통했던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라며 “(사전 교감이 있지 않은) 본인의 고독한 결단”이라고 했다.

행사 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진행한 나 전 의원은 “만약에 정말 제가 당권에 도전하게 된다면 당연히 이 직은 내려놔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만약 출마하면) 그 자리(국민의힘 대표)에서 더 크게 (윤 대통령을) 도와드릴 수 있지 않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에는 출마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7일 오후 대구 중구 한방의료체험타운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지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7일 오후 대구 중구 한방의료체험타운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지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수도권 출마론’을 띄운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후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윤 의원은 “박정희의 정신으로 수도권으로 진격하자는 의미로 구미에서 출정식을 열게됐다”며 “우리 당은 사실상 영남권 자민련이다. 영남에 국한되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 국민의힘을 만들어 달라”고 외쳤다.

이번 전당대회가 100% 당원투표로 치러짐에 따라 책임당원이 다수 포진한 TK를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다는 관측이다. 윤 의원은 행사 뒤 권 의원 불출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권 의원이) 대통령의 최측근에 대한 우려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며 “최측근을 우려한다니 생각나는 분들 있다. 최측근들 좀 자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실상 ‘김장 연대’를 직격했다.

윤 의원 출정식엔 수도권 출마론을 고리로 연대 전선을 펴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축전을 보냈다. 안 의원은 “윤 의원과 저는 이번 전당대회가 단순한 대표 선출 행사가 아니라, 다음 총선 승리의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동서화합미래위원회, 봉정포럼 회원 등 윤 의원 지지자 약 4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으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이 화환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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