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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곳 보조금 싹둑…정부보다 먼저 비영리 단체 손 본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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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01곳 올해 보조금 0원" 

정부가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가운데 대구시가 먼저 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를 점검, 일부 단체에 지원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선심성·관행적 지출이 두드러진 곳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5일 "대구지역 비영리 민간단체 601곳 중 101곳에 올해는 보조금을 한 푼도 주지 않기로 했다"며 "살림살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마른 수건이라도 짜낸다는 각오로 예산을 아껴 쓰기 위해 불필요한 보조금을 줄인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5758억원으로 매년 이자로만 380억원씩을 갚고 있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9.8%로 서울 다음으로 예산 대비 부채가 많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대구광역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대구광역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대구시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보조금 지원 대상 비영리 민간단체 601곳의 1207개 사업·행사를 점검했다. 지난해 이들 민간단체에 준 돈은 1507억원이었다.

대구시 '재정점검단'은 먼저 시청 산하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보조금 사업·행사를 취합했다. 그러고 취합 자료를 분석해 그 실적과 효율성을 살폈다.

그랬더니 매년 똑같은 실적이나 사업·행사 결과, 계획 등이 쓰인 이른바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사례가 나오거나, 사업·행사 실적이 제대로 기록 안된 곳도 있었다. 보조금은 들어갔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관행적 또는 선심성 지출 사례도 나왔다.

전년대비 24% 보조금 예산 줄어
이렇게 '보조금 0원' 민간단체와 사업이 나오면서 대구시는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예산을 줄였다. 지난해 대비 24.7%(372억원) 감소한 1135억원만 책정했다. 대구시 보조금은 2018년 1137억원, 2019년 1171억원, 2020년 1250억원, 2021년 1459억원으로 매년 증가했었다. 다만 대구시는 보조금 미집행 민간단체 이름과 사업·행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비영리 민간단체는 반발한다. 한 비영리 민간단체 관계자는 대구시를 통해 "비슷한 사업·행사를 진행하는 어느 민간단체는 보조금을 받는데, 우린 받지 못한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새 대구시청사 건립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중구 동인동 현 청사.

새 대구시청사 건립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중구 동인동 현 청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장우 대전시장 "시민단체 보조금 전수조사"지시 
다른 지자체도 민간단체 보조금 점검에 나섰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3일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국비 보조금 투명성 강화' 방침에 따라 시 차원의 대대적인 보조금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최근 2∼3년간 정부와 대전시로부터 예산(보조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한 자생·시민단체가 대상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왼쪽)이 지난 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에 따른 국방도시 대드론 대책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장우 대전시장(왼쪽)이 지난 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에 따른 국방도시 대드론 대책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 시장은 "조만간 감사원에서 대대적으로 전국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감사에 나설 텐데, 그 전에 부서별로 시민 세금이 투입된 민간단체 사업비가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우리가 미리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혈세가 낭비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이달 말까지 철저하게 살펴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부적절한 사례가 발견되면 보조금을 전액 환수하고 형사 고발까지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시도 지난달부터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은 시민단체 등 1716곳을 감사중이다. 기획재정부도 상반기 중으로 보조금이 당초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살펴보기 위해 특별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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