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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판 ‘노아의 방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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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부산시가 북항 앞바다에 추진 중인 해상도시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부산시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해상도시가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안전성 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아 우려도 낳고 있어서다.

부산시는 최근 해상도시 사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사업 시행사인 미국 오셔닉스는 지난달 해상도시 건설에 필요한 법체계를 분석하고, 이에 맞게 인허가를 추진할 수 있는 로드맵을 짜기 위해 기본 용역 계약을 맺었다. 부산시도 같은 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해상도시 추진 전략 수립 용역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본격화했다. 두 용역은 올해 안에 결론이 난다.

부산시의 해상도시는 도시와 인간 정주 분야를 관장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유엔 해비타트(HABITAT)가 2019년 해상도시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뉴욕과 아부다비 같은 곳이 후보지로 검토됐으나 2021년 부산이 최종 후보지로 낙점됐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해양도시 이미지. [연합뉴스]

부산시가 추진 중인 해양도시 이미지. [연합뉴스]

사업에 드는 예산 총 6억 달러(약 7200억원)는 오셔닉스가 부담하고 부산시는 해양공간과 각종 인허가에 협조하는 방식이다. 부산항 북항 앞 총 6만㎡ 해상에 지상 5층 규모 부유식 모듈을 지어 올리는데, 이 모듈에 1만여 명이 거주할 수 있다. 모듈마다 주거·상업 시설·연구 시설 등이 조성된다.

시는 용역이 끝나면 2024년 실시협약과 인허가 관련 절차를 완료하고, 2025년 기본·실시 설계를 시작해 2030세계박람회 전인 2028년 완공할 계획이다.

해상도시는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이 피하기 어려운 미래가 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몰디브다. 몰디브는 올해 1월부터 약 200만㎡ 규모에 2만 명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해상 부유도시 ‘MFC(Maldives Floating City)’ 공사에 나선다. 이곳에는 주택 5000채와 호텔·상점·식당 등이 들어선다.

초대형 국책 사업으로 주목받는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네옴(NEOM)에도 해상 부유 도시(옥사곤) 개발이 포함돼 있다. 총면적 48㎢, 지름 7㎞에 이르는 옥사곤에는 글로벌 기업 연구소와 공장 등이 들어선다.

기후변화 대안으로 해상도시가 떠오르고 있지만, 위험성도 따른다. 태풍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 우려가 가장 크다. 또 바다 위의 흔들림, 자급자족을 위한 에너지 공급 및 자원 재순환 방식, 해양오염 방지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산시 해상도시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아의 방주’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용역 등을 통해 안전성 등 각종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병행해야 한다. 자연재해가 닥칠 때마다 노심초사하게 하는 ‘구멍 난 방주’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