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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도발에 새해 첫날부터 미사일…‘北 트라우마’ 되살아난 접경지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2시50분쯤 북한이 평양 용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전날인 12월31일에도 오전 8시쯤 북한이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3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뉴스1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2시50분쯤 북한이 평양 용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전날인 12월31일에도 오전 8시쯤 북한이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3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뉴스1

“올해는 더 걱정돼서요…”
인천 연평도 주민인 조영미(59·여) 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섬에서 나와 육지에 머물고 있다. 조씨 가족은 매년 겨울 고기잡이가 뜸해지면 1~2달 인천 부평구에서 딸과 함께 지낸다. 그런데 올해는 평소보다 보름 정도 빨리 짐을 챙겼다고 했다. 최근 빈번해진 북한의 위협이 두려워서다. 그는 북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2010년 가을 연평도 포격사건 때 느낀 공포가 떠오른다고 했다.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포탄을 피해 대피하던 때였다. 조씨는 “대피소에서 간신히 가족과 만났던, 다신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이 생각난다”며 “새해 첫날부터 ‘북한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는 뉴스를 보니 점점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2023년 새해 첫날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 주민들이 떠올린 단어는 ‘불안’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지난달 26일 군이 북한 무인기 격추에 실패하고 미상의 비행체 출현으로 전투기가 출동하는 등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접경지역의 ‘북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있다.

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5시간에 걸쳐 수도권 상공을 오갔지만, 군은 격추에 실패했다. 27일엔 인천 강화군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이 포착됐지만, 출동 결과 새떼를 오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 날 새벽엔 수도권 곳곳에서 “전투기 굉음을 들었다”는 주민 신고가 50여 건 접수됐다. 미확인 비행체(풍선) 때문에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동하면서였다. 지난달 30일엔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가 시험 비행하는 모습에 놀란 시민들이 ‘미확인 비행체’ ‘북 미사일’이라며 신고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31일엔 북한이 황해북도에서 단기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지난달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 이중 1대는 서울 시내 상공에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이 공식 확인된 건 2017년 6월 이후 5년6개월 만이다. 사진은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뉴스1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지난달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 이중 1대는 서울 시내 상공에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이 공식 확인된 건 2017년 6월 이후 5년6개월 만이다. 사진은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뉴스1

접경지역 주민에 맴도는 북한 트라우마

1·2차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은 서해5도 주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가을 연평도에선 “북한의 해상 사격으로 포성이 들리고 있다. 놀라지 말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방송이 나오면서 조업을 나갔던 어선들이 회항하는 일이 두 차례나 있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4일 서해상으로 300여 발의 포를 쏜 데 이어 11월 5일에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대를 발사했다. 소연평도에 거주하는 손모(50대)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들리면서 매일 대연평도에 사는 가족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도 주민들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장 가까운 북한 해안과 직선거리로 대략 2.5∼3㎞ 떨어져 있는 강화도는 과거 탈북 루트로 이용된 적 있다. 탈북민 김모씨는 2020년 7월 18~19일 강화도 월미곶에 있는 연미정(유형문화재 제24호) 배수로를 거쳐 북한으로 다시 넘어갔다. 강화도에 30년 거주한 김모(42·여)씨는 “안 그래도 북한에 민감한데 무인기가 소리 없이 왔다 가는 걸 알게 된 후론 잠을 설치는 날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관광객들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으로 운영이 잠정 중단된 곤돌라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파주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관광객들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으로 운영이 잠정 중단된 곤돌라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파주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

 불어난 강물에 흘러내려 온 북한 목함지뢰로 골머리를 앓던 한강하구 지역 어민도 긴장하고 있다. 행주어촌계 어부 심화식씨는 “매번 북한서 떠내려오는 목함지뢰로 어업도 제한되고 두려웠는데 최근 무인기도 등장하고 밤에 전투기도 오가면서 어민들이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공습경보가 내려졌던 경북 울릉군 주민의 마음도 편치 않다. 울릉도민 박모(68)씨는 “뉴스에서 자꾸 동해로 미사일 쏜다고 하니까 다들 고기잡이에 지장을 줄 것 같다고 한다”며 “한시 빨리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함동참모본부 등 종합]

북한의 무인기 도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함동참모본부 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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