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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경제 살아난다"…전국이 유치전쟁, 테슬라 공장 어떻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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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에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 조감도. 공장이 완성되면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에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 조감도. 공장이 완성되면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마음을 잡기 위한 전국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아시아 제2 기가팩토리(생산기지) 후보지 중 한 곳으로 한국을 꼽으면서다. 연간 150만∼200만대 생산 규모로 예상되는 기가팩토리를 유치하면 지역 경제가 단번에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모든 광역지자체 유치전 가세…강점 내세워

시작은 지난달 23일 머스크 CEO가 윤석열 대통령과 화상면담에서 꺼낸 한 마디다. 그는 “한국을 (아시아 제2 기가팩토리)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연간 150만~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아시아 제2 기가팩토리 건립을 검토 중이며 한국을 유력한 후보지로 꼽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후보국으로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연간 50만대를 생산하는 테슬라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는 지난 3월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최다 1만2000명이 근무하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 제2 기가팩토리가 건설되면 고용 창출 규모가 베를린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지자체 등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테슬라에 제출하기 위해 유치의향서를 받은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모두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각 지자체는 이차전지 클러스터, 전기차 배후 수요지, 편리한 물류망 등을 저마다 내세우고 있다. 산업부는 이들 지자체 입지조건 등을 담은 리스트를 작성, 테슬라 코리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화상으로 접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화상으로 접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경북 포항시다. 포항시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팀을 구성하고 지난달 30일 산업부를 찾아 투자 강점 등을 담은 유치 의향서를 전달했다. 포항시는 포스코 중심의 철판 공급망과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이차전지 기업과 연계가 뛰어난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 포스텍의 연구 기반 시설과 영일만 배후산단 등 물류 기반 시설이 우수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가장 먼저 유치전 뛰어든 포항…전담팀 구성

포항시 관계자는 “경주·영천·대구로 이어지는 자동차 부품단지와 연결시키면 충분히 더 좋은 효과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포항시의 기가팩토리 유치를 새해 최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포항에 테슬라의 아시아 기가팩토리가 오도록 하는 등 기업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 계획”이라며 “테슬라 유치를 위한 준비도 내실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과 함께 기가팩토리 유치에 적극적인 곳은 강원 강릉이다. 강원도는 머스크 CEO와 윤 대통령이 화상 면담을 한 직후부터 기가팩토리를 강릉에 유치하기 위한 ‘원팀’ 체제에 들어갔다.

지난 14일에는 국회 제6간담회장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전략회의에는 김진태 강원지사, 김홍규 강릉시장,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강릉)등이 참석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운데)와 김홍규 강릉시장(오른쪽),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제6간담회장에서 테슬라의 아시아 기가팩토리 제2공장 유치를 위한 전략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강원도

김진태 강원도지사(가운데)와 김홍규 강릉시장(오른쪽),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제6간담회장에서 테슬라의 아시아 기가팩토리 제2공장 유치를 위한 전략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강원도

강원도가 테슬라 공장의 최적지로 강릉을 꼽은 이유는 철도와 항만·항공·도로를 비롯해 풍력·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갖춰서다. 강릉은 동해안에 위치해 있어 극동아시아 지의 수요에 대처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내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전부 다 걷어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유통망·전력공급 부각한 강릉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테슬라에서 현지실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실사에 맞춰 정부와 강원도, 강릉시가 인센티브와 강점을 테슬라 측에 적극적으로 피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은 자동차산업도시라는 점을 부각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울산은 국내 최대 자동차 관련 클러스터가 구축돼 있고 현대차 울산공장뿐 아니라 500여 개 부품업체가 밀접해 있다. 항만, 석유화학, 이차전지 산업도 활성화돼 있다.

일론머스크

일론머스크

대부분 지자체는 항구·공항·철도 등 잘 갖춰진 물류망을 내세우고 있다. 전북은 신항만과 국제공항이 들어설 새만금을 최적지로 내놨고 부산 역시 신항과 공항·철도 등 물류망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걸었다.

경남은 진해신항과 가덕신공항 사업이 마무리되면 육해공 인프라를 모두 아우르게 된다는 이점을, 전남은 항구가 가깝다는 이점을 부각시켰고 충남은 항만과 가깝고 600여개 자동차 부품업체가 집적된 서북부 3개 지역을, 인천은 인천항이 가깝고 세금과 부담금 감면도 가능한 경제자유구역을 제안했다.

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코리아

지자체 인프라·클러스터·부지 등 장점 앞다퉈 강조
충북은 이차전지 클러스터 위치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지매입비 등의 장점을, 대구는 테슬라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앨앤에프 등 자동차 부품·소재 기업이 집적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전과 광주도 산업부지나 교통망 등 이점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부는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테슬라 유치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머스크 CEO와의 화상면담 당시 고도로 숙련된 노동력 제공, 국제적 기준을 고려한 규정 정비, 불공정한 노동관행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법치 확립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테슬라는 내년 상반기 중 입지를 정하고 2024년 상반기에는 완성형 전기차를 생산할 기지를 착공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5조∼10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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