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해 해외유보금 12조…이중과세 풀리는 내년엔 국내 들어올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올해 해외 자회사의 보유잉여금(해외유보금)이 역대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1월부터 10월까지 쌓인 금액만 12조원이 넘는다. 국내 기업이 생산시설 같은 자회사를 해외에 설립하는 해외 직접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나라 밖으로 빠져나간 돈을 다시 끌어오는 게 정부의 숙제가 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7일 한국은행 국제수지를 분석한 결과 1~10월 재투자수익 수입은 96억4000만 달러(약 12조2700억원)에 달했다. 재투자수익 수입은 국내 본사가 해외에 직접투자한 뒤 국내로 들여오지 않은 이른바 해외유보금이다. 지난해(104억2800만 달러) 역대 최대 해외유보금을 쌓았는데 올해는 늘어나는 속도가 더 가파르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말까지 기업이 쌓은 유보금이 100조원이 넘는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57억1600만 달러 수준이었던 연간 해외유보금은 5년 새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해외에서 거둔 이익에 대해 해당 국가에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을 한국에 들여올 때 또다시 법인세를 내야 하다 보니 해외유보금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3%포인트 인상됐다.

해외 자회사가 이익을 거둬 국내에 송금하는 돈은 배당수익으로 잡힌다. 정부는 이러한 배당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여야가 대립하면서 법안 확정이 미뤄졌고, 지난 24일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 끝에 해외 자회사 배당수익 비과세는 내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 부담이 사라진 만큼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강세 시점에 맞춰 자금을 대거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뿐 아니라 홍콩·상하이 등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이 외국기업의 본사를 유치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기업도 국내에 본사를 뒀을 때 이중과세 부담을 피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하는 등 경기둔화를 예고했다. 설비투자도 올해보다 2.8%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유보금의 국내 유입을 투자 증대의 핵심 방안으로 설정했다. 금리 인상 등으로 기업의 투자 여력에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해외유보금의 국내유입이 새로운 자금원이 될 것이란 뜻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 같은 방식으로 해외유보금을 대거 국내로 환류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