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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 폭증할 때…서구 잇따라 "팬데믹 끝" 엔데믹 선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구 주요국들에서 코로나19를 더 이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아닌, 엔데믹(풍토병)으로 보는 움직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도이체벨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의 저명한 바이러스 학자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우린 올겨울 첫 엔데믹으로서의 코로나19 확산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도 증상이 가볍고 치명률이 낮아져 일상 회복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쇼핑 거리가 지난 10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쇼핑 거리가 지난 10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드로스텐은 또 "이번 겨울이 지나면 독일 인구의 면역력이 바이러스가 (내년) 여름까지 거의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팬데믹을 끝낼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현재 코로나19 감염이 빠르게 확산 중인 중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전문가자문위원회 소속인 중증치료 전문가 크리스티안 카라지아니디스도 "올겨울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는 팬데믹이 지금부터 갈수록 명을 다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진단에 마르코 부시만 독일 법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지막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은 이미 대부분의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풀었으나 대중교통과 병원, 요양시설 등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다. 부시만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장 신중한 전문가 중 한 명인 드로스텐이 '펜데믹이 끝났다'고 했다"며 "우린 엔데믹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거리. EPA=연합뉴스

지난 11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거리. EPA=연합뉴스

영국은 감염재생산지수를 포함한 코로나19 확산 예측 모델링 데이터를 다음 달 6일부터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한국을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분석·예측하고 방역 대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해왔다. 예컨대 이 지수가 2라면 감염자 1명이 2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26일 "백신과 치료제로 인해 영국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일상을 회복했기 때문에 감염재생산지수 발표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영국은 이 지수를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5월부터 매주 발표하다가 지난 4월부턴 2주 간격으로 공개했다. 현재 영국은 실내외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한 상태다. 다만 보건안전청은 "다른 일반 질병과 유사한 방식으로 코로나19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더 이상 우리의 삶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데믹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갔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사람들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계속해서 하고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는 더 이상 우리의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 우리는 진정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이달 들어 10만 명 안팎의 하루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규제가 해제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날 로이터통신은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를 인용해 일본이 중국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도착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통한 음성 확인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는 3회 백신 접종 증명서나 출국 전 72시간 이내 음성 증명서로 일본 입국이 가능하다.

지난 24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국 상하이의 시장.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4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국 상하이의 시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5일간의 의무 시설 격리를 다음 달 8일부터 폐지한다고 26일 밝혔다. 중국은 또 지난 25일부터는 코로나19 신규 감염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그러나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중국의 '위드 코로나' 드라이브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확진자 급증으로 새로운 변이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2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확진자 급증 상황을 우려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기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WHO는 코로나19에 대해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2020년 1월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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