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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미국 뒷마당…중국과도 친하다, 핑크타이드 완결자 [2022 후후월드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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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2022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룰라)의 귀환으로 중남미 ‘핑크타이드’(좌파 물결)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룰라가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사상 최초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려온 중남미 정치 지형이 확실하게 왼쪽으로 기울면서 이곳에 중국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한 룰라 전 대통령. 내년 1월 1일 취임을 앞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한 룰라 전 대통령. 내년 1월 1일 취임을 앞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룰라는 이번 대선 승리로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2003~2010년 대통령을 연임했던 그의 세 번째 임기는 2023년 1월 1일 시작된다.

룰라는 2000년대 초반 중남미의 1차 핑크타이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가 내년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 대통령으로 복귀하면, 콜롬비아 등 역내 좌파 정부와 강력한 협업을 이끌어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의 귀환을 가장 반긴 건 브라질 빈곤층이다. 한 달 평균 487헤알(약 13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6300만여 명의 브라질 빈곤층에게 빈농 집안 출신인 룰라는 이웃같은 존재이자 희망으로 불렸다. 룰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이고, 땅콩장사·구두닦이를 전전했다. 공장에서 일하다 새끼손가락을 잃었고, 임신 중이던 부인은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사망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룰라는 빈곤층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등을 시행해 2900만 명의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입성시켜 박수를 받았다.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행운도 따라 2002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3위였던 브라질 경제는 룰라 임기 마지막 해인 2010년 7위까지 상승했다.

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7)의 실책이 거듭되면서 ‘룰라 시절’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임기 내내 코로나19 대처 실패, 경기침체, 불평등 심화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10월 대선에서 룰라에 패배하며 수성에 실패했다.

룰라는 ‘실용 좌파’로 불린다. 베네수엘라처럼 ‘좌파 독재’로 치닫는 극단적 좌파와 구별된다. 그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은 “룰라가 대통령이 되면 브라질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을 것”이라 했지만, 룰라는 기업인은 물론 야당 의원까지 중용하며 국정을 비교적 균형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임기 내내 연평균 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새 임기를 앞둔 룰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해 실패해 악재가 이어지는 브라질 경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룰라 신화’에 흠집을 낸 비리 의혹도 풀어야 할 숙제다. 룰라는 재임 시절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2018년 수감됐다 지난해 풀려났다.

지난 12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당선증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당선증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룰라는 친중(親中) 성향으로 미국의 우려도 낳고 있다. 룰라는 지난 집권 시기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가입 등을 계기로 중국과 급속히 가까워졌다. 역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룰라가 노골적인 친중 노선을 걷게 되면 중남미 전체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고, 신냉전 시대 미·중 갈등은 더욱 복잡한 국면 속에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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