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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부정선거는 범죄…노조 선거도 선관위에 맡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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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기찬
김기찬 기자 중앙일보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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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하태경 국회의원(국민의힘)은 누리꾼 사이에 ‘하태핫태’로 불린다. 그의 사회관계망(SNS) 계정도 ‘하태핫태’다. 하얗게 태우고, 핫하게 태우자는 뜻이다. 2016년 TV 광고에 이 말이 나온 뒤 그의 별칭으로 굳었다. 요즘 그가 시쳇말로 다시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서다.

하 의원은 “노조 부패 방지 2탄으로 ‘노조의 부정선거 방지법’을 조만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300인 이상인 노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위탁하는 내용이다. 그는 “노조 선거를 둘러싸고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자율이라는 미명으로 개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자 노조 민주화와 조합원의 권익을 해치는 중대 범죄”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조합원 권익보다 계파 이익 우선
뭉치표·대리투표 부정 논란 계속돼
노조가 사익추구 집단으로 변질
영향력 커진만큼 사회적 감시 필요


“원청노조, 협력업체 압박해 채용 장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노조의 부정선거 방지법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노조의 부정선거 방지법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하 의원은 이에 앞서 ‘노조 회계 깜깜이 방지’ 법안을 발의했다. 전문 자격을 갖춘 사람에 의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노조는 회계자료를 매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70%가 이 법안에 찬성했다. 정부도 26일 비슷한 내용의 노조 재정 투명성 방안을 내놨다.

사실 그가 노조 회계와 선거 부정 문제를 거론한 건 오래전이다. 몇 해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기자와 만나 “노조는 사회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재정과 선거 부정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때 관련 법안 구상을 끝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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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회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 시절에는 산업현장을 찾았다가 노조의 채용 장사 실태를 목격했다. “원청의 노조가 협력업체에 압력을 넣어 자기들이 추천한 사람을 채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2년 추적 끝에 2018년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의 40명 고용세습을 폭로하기도 했다. 노조의 고용세습과 채용 장사가 전면에 등장한 계기였다.

현재 하 의원이 속한 국회 상임위는 외교통일위원회다. 그런데도 노동개혁에 천착하는 이유가 뭘까.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환노위원이 아닌데, 노동 관련 관심은 여전하다.
“지역구인 부산·경남지역에서 민원이 많다. 특히 건설노조와 관련된 게 상당하다. 자기 소속의 노조원을 채용하고, 자기 장비를 쓰라는 압력이 계속된다. 안 쓰면 현장을 봉쇄해 공사를 못 하게 한다. 이건 갑질이다. 오죽하면 노조의 힘에 기대서 개인 갑질까지 등장했다. 예컨대 타워크레인의 경우 물건 하나 옮길 때마다 웃돈을 달라고 떼쓴다. 안 주면 일손을 놓는다. 계약을 무시하고, 힘으로 갈취하는 행위다. (작업자를) 바꾸면 시위한다. 위력으로 공사를 막아도 경찰의 대응은 찾을 수 없다. 이러니 언제부턴가 불법이 노조의 권리인 양 변질했다. 이런 것만 막아도 무법천지로 흐르지는 않는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 법안은 오래전에 구상했던 것으로 안다.
“대형 노조는 이미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시민단체를 넘어섰다. 시민단체는 외부의 감시를 받는데, 노조는 무풍지대다. 영향력에 걸맞게 회계와 선거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현 노조 중 상당수가 조합비를 정치 투쟁에 사용한다. 정치파업이 일상화하지 않았는가. 비정상적 노동운동이다.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 본연의 자세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회계 투명성은 그것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야당의 무조건적인 노조 편들기 고쳐야”

선거의 투명성 확보 방안도 생각 중인가.
“조만간 조합원 300인 이상인 대형 노조는 선거 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낸다. 노조의 부정 선거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정 계파를 당선시키기 위한 뭉치 표, 대리 투표 등 드러난 수법도 다양하다. 조합원의 의사와 권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다. 이래서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단위 농협의 조합장 선거도 요즘은 선관위에 위탁한다. 노조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적폐라고 할 정도로 부패가 심각하다고 했다.
“마피아형 사익추구 집단으로 변질했다. 1950~70년대 미국 뉴욕의 마피아 노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심각하다. 불법과 독점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건설 부문이 대표적이다. 사업장 봉쇄, 폭력, 뇌물 받고 채용 장사 등. 화물연대 사태도 마찬가지다. 2022년 한국에서, 70년 전 미국 마피아와 노조가 손잡은 모습, 그대로의 판박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념적 노동운동에서 마피아적 노동운동으로 변질했다.”
그동안 노조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포퓰리즘을 털어야 한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노동계 비호가 지나치다. 표밭이라는 생각에 기득권 강화 방안만 밀어붙이고 노조에 불이익이 조금이라도 가는 것에는 아예 입을 닫는다. 야당 의원 3분의 2가 1970~80년대 노동운동 물을 먹은 사람이다. 노동자는 약자이자 동지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론 노동계를 말벌집으로 생각하고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국가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대기업·공공부문 노조의 기득권이 공고화하면서 심화했다. 저임금·미조직 상태인 다수의 노동자에게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어쩌면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기득권을 깨는 지름길일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