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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진술에 "휴대폰 분실" 주장하던 박희영 용산구청장, 결국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수사 착수 후 55일 만인 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구속했다.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용산구청은 재난안전기본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사고 예방과 초동 대응에 1차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 출석을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 출석을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특수본의 영장신청을 받아 지난 20일 박 구청장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최 과장에 대해서는 이 혐의와 함께 직무유기 혐의를 함께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 전 안전사고 예방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대책 마련에 소홀하고 참사 직후 서울소방재난본부 주재 상황판단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사후 대응도 부적절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 과장은 사고 당일 저녁 지인들과 술자리 중 사고 소식을 수차례 전파받고도 현장에 가지 않았으며 뒤늦게 택시를 타고 이태원역으로 이동했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귀가해 직무유기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과 박 구청장 측 변호인은 3시간가량 이어진 영장실질심사에서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인정 여부부터 첨예하게 맞섰다. 박 구청장 측은 검찰의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대부분의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이태원 참사가 예견하기 어려운 재난이었다는 점에 변론의 초점을 뒀다고 한다. 검찰과 특수본은 재난안전기본법상 사고 예방과 사후 수습에 1차 책임이 용산구청장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박 구청장의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 모두가 부적절했다고 반박했다. 특수본은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에 따라 지난 23일 영장이 발부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의 업무상 과실과 박 구청장 및 최과장의 업무상 과실이 결합해 158명 사망, 196명 부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0월 31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내용 중 일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0월 31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내용 중 일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사고 직후 자신의 동선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고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등을 짚으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사고 당일인 10월 29일 고향인 경남 의령군 집안 제사 참석 후 오후 8시 20분쯤 사고 현장 길 건너편의 엔틱가구거리 외빈주차장에 도착해 퀴논길 인근 자택으로 향했다. 박 구청장은 오후 8시 20분쯤과 오후 9시 30분쯤 퀴논길 인근 현장을 둘러봤다고 답했지만 CC(폐쇄회로)TV에서는 박 구청장이 오후 8시 20분쯤 자택으로 돌아간 뒤 나오는 장면이 포착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거짓 논란이 제기되자 “기억에 혼선이 있었다”라며 오후 9시 30분 순찰·점검은 없었다고 바로 잡았다.

박 구청장은 오후 10시 59분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0월 30일 오전 5시 38분 자택으로 귀가하기 전까지 현장에서 6차례 열린 상황판단회의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사고 1주일 뒤인 지난달 5일 휴대전화를 애플 아이폰으로 바꿨다. 휴대전화가 교체가 증거인멸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용산구청은 지난 15일 “사실무근”이라며 “새로 산 휴대전화와 이전에 사용하던 갤럭시 휴대전화와 업무용 휴대전화까지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특수본은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를 바탕으로 이 전 서장에 이어 박 구청장까지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서 용산소방서와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의 신병 확보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늑장 구조 지휘로 희생자 규모가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송은영 이태원역장은 사전에 조율된 지하철 6호선 무정차 요청을 수차례 받고도 이행하지 않아 인파 혼잡을 막지 못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달 23일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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