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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명 감염…‘제로 코로나’ 중국 ‘14억 코로나’로 끝날 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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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호 08면

방역 푼 중국 ‘코로나 쓰나미’ 

중국 내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23일 충칭시 제5인민병원 로비에 마련된 침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내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23일 충칭시 제5인민병원 로비에 마련된 침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급작스레 방역 해제로 전환한 중국이 ‘코로나 쓰나미’에 휩싸였다. 세계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데 뒤늦게 3년 전 팬데믹 초기로 돌아간 양상이다. 도처에 감염자가 속출하고 시민들은 두려움에 집으로 은신했다. 약도, 백신도 부족한 가운데 모두가 ‘각자도생’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이 자랑했던 제로 코로나는 ‘14억 코로나’가 될 수 있다는 악몽 같은 현실을 맞고 있다.

확산은 베이징이 가장 빨랐다. 지난 7일 방역 해제 후 사흘도 안 돼 열이 난다는 사람들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약국에선 해열제가 동이 났다. 1~2주 사이에 주변에 안 걸린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졌다. 통제가 사라졌음에도 거리엔 인적이 끊겼다.

반대로 병원은 전쟁터다. 지난 20일 취재차 3차 의료기관인 베이징 차오양 병원을 찾았다. 발열 클리닉은 감염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진료실 앞 복도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노인들이 의식도 없이 링거를 맞고 있었고 병실엔 보조 침대까지 깔아 의료진조차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젊은 층 환자도 적잖았다. 한 40대 남성 환자는 “중국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데 방역을 이렇게 풀어버리면 엄중한 상황이 벌어질 줄 예상 못했단 말이냐”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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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은 유가족들로 장사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은 “화장장에서 기다린 지 벌써 일주일째”라고 털어놨다. 중국 국무원 기자회견장은 텅 비었고 지난 16일 내년 경제 계획을 결정할 중앙경제공작회의에도 정치국 위원 38명 중 11명이 불참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직원의 절반 이상이 본인이나 가족의 발열 증세로 재택근무 중이다. 방역 해제 3주 차지만 일상 회복이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각지에 있는 교민들과 통화한 결과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감염 수준과 도시 기능 마비가 훨씬 심각했다. 상하이는 베이징보다 한 주 늦은 지난주부터 감염자가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이 많은 광저우에선 조기 귀국하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다. 광저우에서 6년째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주진창(37)씨는 “주변에 아는 분들 모두 다 걸려서 난리도 아니다”고 전했다. 중국 공장도 감염 확산으로 2교대로 돌리거나 일시 가동을 중단한 곳이 상당수라고 한다.

시안에서 관광업을 하는 조선족 한동민(46)씨는 “이번 주 고3 아이의 중국 학교 반 학생 40명 중 37명이 열 때문에 등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안은 인구 1300만 명의 산시성 성도다. 한씨는 “지금 중국 정부의 정책은 누구나 한 번은 걸려도 어쩔 수 없다는 식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중 교역로인 단둥에서도 한인회원 중 70%가 코로나에 감염됐고 해열제와 진단 키트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실과 달리 중국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감염자 통계는 턱없이 적은 숫자다. 지난 22일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전날 24시간 동안 신규 확진자는 3030명, 사망자는 0명이다. 방역 해제 이후인 지난 7~22일 집계된 공식 사망자 수도 7명에 불과하다. 앞서 중국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폐렴과 호흡부전으로 사망한 경우만 인정하고 코로나19에 걸린 뒤 각종 기저질환이 악화돼 숨진 경우는 사망자 분류에 넣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12월 21일 국가 위건위 대책 회의 기록’이란 문건이 SNS를 통해 유출됐다. 위건위는 중국 방역 정책의 최상위 기관이다. 문건에는 리빈 위건위 부주임이 지난 21일 오후 4시 화상회의를 주재했다고 적시됐으며 전국 감염 실태와 주요 병원 환자 대응 동향 등이 담겼다. 본지가 확인한 전문에 따르면 지난 20일 신규 감염자 수는 3699만6400명이었다. 14억 중국 전체 인구의 2.62%가 하루 사이에 늘어난 감염자로 보고됐다. 공식 발표 3030명의 1만2200배에 달한다. 지난 1~20일 전국 누적 감염자 수도 2억4800만 명으로 누적 감염률이 17.56%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도 중국인 6명 중 1명이 이미 감염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회의 기록에 따르면 전국에서 감염률이 가장 높은 곳은 베이징과 쓰촨성으로 누적 감염률이 50%를 넘어섰다. 베이징 인구는 2188만 명, 쓰촨성은 8400만 명이다. 톈진·후베이·허난 등 7개 성·시도 누적 감염률 20~50%를 기록했다. 당국은 종합적으로 볼 때 일일 신규 감염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으며 전염병 상황이 대도시로부터 중소도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농촌 지역의 경우 이 같은 전염병 확산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야 하고 6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중증 치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식석상과 전혀 다른 마샤오웨이 위건위 주임의 발언 내용도 주목된다. 회의록에 따르면 그는 현재 중국 상황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 주임은 “3차 병원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이들 병원이 고위험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는 뜻”이라며 “급증하는 코로나 양성 중증 환자 진료에 책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반대로 코로나19에 확진된 취약 계층이 중국 병원에 의해 치료를 거부당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마 주임은 “춘제(春節·설날)가 다가옴에 따라 인구의 대규모 이동으로 전염병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확산돼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농촌 지역은 기반 시설이 약해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의료 지원 압박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갑자기 방역을 푼 건 그에 따른 경제 악화를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측면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감소해 2020년 3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재정적자 규모도 올해 7조7500억 위안(약 1420조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규모로 늘었다. 지방재정은 바닥났고 부동산 경기도 바닥을 쳤다. 하지만 의료 대비책조차 마련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해제로 코로나는 전 국민을 감염시킬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방역도, 경제도 놓쳤다는 최악의 평가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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