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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시한 21일 넘긴 예산안 합의…법인세 모든 구간 1%P 인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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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2일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 쟁점 현안에 대해 합의하고, 23일 본회의(오후 6시)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했다. 이번 예산안 통과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기간으로, 법정 처리기일(12월 2일)을 21일 넘겨 가까스로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639조원에서 4조6000억원 감액하는 걸 골자로 한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 인하는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각 1%포인트씩 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리법인 기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낮아지고, 200억 초과∼3000억 이하는 22%에서 21%로, 2억 초과∼200억 이하는 20%에서 19%로, 2억 이하는 10%에서 9%로 각각 인하된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 예산은 정부가 편성한 약 5억1000만원에서 50%를 감액하기로 했다. 대신 두 기관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 해소를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해 합의·반영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융자사업은 정부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민주당이 반대한 용산공원조성사업은 ‘용산공원조성 및 위해성 저감사업’으로 명칭을 바꿔 추진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대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요구해 왔던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은 3525억원을 편성하고,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 융자사업도 6600억원을 증액했다. 또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등은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마친 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마친 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장기간 공전하던 예산안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은 전날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에 대한 절충안이 마련되면서였다.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에 부과되던 최고세율(25%)에 대해 정부·여당은 3%포인트 인하(22%)를, 야당은 1%포인트 인하(24%)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는데, 모든 법인세 과표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았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의 3%포인트 인하안과 민주당의 1%포인트 인하안 사이엔 ‘전(全) 구간 인하’라는 절충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안 사수’(국민의힘)와 ‘전액 삭감’(민주당)을 주장하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온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는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가 ‘경찰청장 지휘규칙’(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접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양당 협상 과정에 정통한 국회 관계자는 “헌재 결정으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의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민주당이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대신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3525억원) 같은 ‘이재명표 예산’ 증액에 성공하며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정부 방침대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현행 10억원 그대로 유지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현재 0.23%→2023년 0.20%→2024년 0.18%→2025년 0.15%)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여당안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 정부안대로 기본 공제금액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까지 올리고, 2주택자에 대해선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누진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선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부터 중과를 적용하되 세율을 2.0%~5.0%로 정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23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23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그동안 여야는 공전을 거듭하며 김 의장이 제시한 합의 시한인 15일과 19일을 내리 어겼다. 이에 김 의장이 마지막 협상 시한으로 정한 23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양당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회관 김 의장 사무실에서 2시간 45분 동안 최종 담판을 통해 일괄 타결에 성공했다.

여야가 예산안 문턱을 넘으면서 12월 31일로 종료되는 일몰(日沒)제 법안 처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명시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8시간 연장근로를 가능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한전채 발행 한도를 2배에서 6배로 늘리도록 한 한국전력공사법 등을 열거하며 “2022년 12월 말로 일몰 조항이 있는 법률의 처리를 위해 28일 본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문에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가 진상과 책임 규명, 재발 방지대책 수립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국정조사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정조사 기한은 다음달 7일까지이고, 지난 21일 첫 여야 합동 현장조사가 시작됐다.

이날 합의문 발표 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십차례 만나서 서로 의견을 좁히고 조율해서, 늦었지만 내일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게 됐다”며 “저희는 소수여당이지만 정부 정책이나 철학이 반영될 수 있는 정책을 많이 하고자 했고, 민주당은 야당이 되긴 했지만 다수당이라 그런 차원에서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힘들었으나 합의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예산안 관련 논의를 하는 등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정시한이나 정기국회 안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국민께 원내1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며 “더이상 국민께 누를 끼쳐선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국정조사가 온전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서로 대승적 타협을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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