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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요구보다 월급 더 올려주는 日…고물가 수당도 쥐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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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엔화 가치 하락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이례적인 고물가가 찾아온 일본에서 기업들이 연이어 임금 인상을 선언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인플레 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들도 늘어났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닛키(日揮)홀딩스는 내년 직원 3000명의 임금을 약 10% 인상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평균 연간 급여는 약 855만 엔(약 8300만 원)인데, 약 80만 엔(약 776만 원) 정도를 올려준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플랜트 수요가 살아나면서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겠단 의미다.

20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20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금융회사인 일본생명은 고물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약 5만 명의 영업 직원 임금을 내년에 7%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산토리 홀딩스도 내년 자사 직원의 임금을 6% 정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노조 단체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내년 봄 예정된 임금협상에서 5% 정도 인상안을 요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노조의 인상 요구를 웃도는 임금 인상을 결정한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지난 7∼8월 종업원 수가 100명 이상인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85.7%의 기업이 올해 노동자의 임금을 올렸거나 올릴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 올라 실질 임금은 '뚝'

기업들이 이처럼 선제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선 이유는 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6일 발표한 근로통계조사에서 일본의 10월 실질 임금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줄어들어 7개월 연속 감소했다. 평균 임금 총액은 전년보다 1.8% 늘었는데, 10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3.6% 오르면서 실제로는 임금이 줄어든 상황이 됐다.

소비자 물가 3.6% 상승은 일본으로선 4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요미우리신문은 연말에 가격 인상이 예정된 식료품 품목이 145개이며, 내년 초에도 2000개 이상의 식품 가격이 오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사 건물. AP=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사 건물. AP=연합뉴스

'인플레 수당' 지급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자동차는 이번 달 2일 '특별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관리직을 제외한 정사원 1만2000명에게 일시금으로 10만 엔(약 97만 원)을 지급했다. 일본특수도업도 11월 종업원 약 8800명 중 정사원에게는 5만 엔(약 48만원), 비정규직 사원 등에게는 2만 엔(약 19만 원)을 각각 나눠줬다. 닛케이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 임금 감소를 막고 종업원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기업들이 특별 수당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완화 정책 수정 움직임 

급격한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무역 적자가 늘면서 일본은 그동안의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BOJ는 그동안 10년물 국채 금리가 0.25%를 넘지 않도록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이나 금융긴축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전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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