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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세계 유일 마이너스 금리' 벗어나나…"내년 초저금리 정책 수정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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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에도 꿋꿋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해온 일본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엔화 가치 급락에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10년간 이어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내각과 일본은행이 공동 발표한 성명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점은 지난 10년간 일본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끌어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현 총재가 물러나는 내년 4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규모 금융완화책이 시작된 2013년 당시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오랜 기간 극심한 디플레이션(장기간의 물가 하락)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임금 상승률이 저조한 탓에 민간 소비도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은행과 함께 “물가 상승률 목표 2%를 가능한 이른 시기에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이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및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근거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6년부턴 시중 통화량을 더욱 늘리기 위해 단기금리를 연 0.1%에서 -0.1%로 전환해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0% 수준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곳은 현재 일본은행이 유일하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대폭 상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의 금리 차가 역사적인 수준으로 커지면서 후폭풍을 온전히 맞고 있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지난 10월 32년 만에 최고치인 150엔을 돌파하는 등 급락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하면서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지난 10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완화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에서도 정책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구로다 총재를 대신할 새 총재가 내년 4월 9일 임기를 시작하면 2013년 공동 성명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끝난 2020년 9월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아베 신조(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당시 정무조사회장(현 일본 총리)과 손을 잡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끝난 2020년 9월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아베 신조(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당시 정무조사회장(현 일본 총리)과 손을 잡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다만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인 기시다 총리가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노선을 걷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7월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에도 일본 여당인 자민당 내 아베파의 지분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10년간 일관되게 이어진 정책을 수정할 경우 주가와 환율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자민당 내) 아베파를 중심으로 아베노믹스 수정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고 있다”며 “기시다 총리는 금융 완화를 고수한 구로다 총재의 후임자 인선에서 독자적인 색깔을 내면서 자민당도 통치하는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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