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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ICBM 대기권 재진입 폄훼 말라” 기술 확보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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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태평양으로 쏘는 ‘정상 각도(30~45도) 발사’를 예고했다. 그간 북한은 ICBM을 고각(정상보다 훨씬 높은 각도)으로만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완전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런데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올 들어 여섯 번째로 낸 장문의 담화에서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막말을 섞어가면서 위협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괴뢰군 깡패들이나 괴뢰 전문가 나부랭이들이 몇 년째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 재돌입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느니, 검증되지 않았다느니 그런 것들을 물고 늘어져 왔는데 나는 살다 살다 별걱정을 다 해주는 꼴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각도로 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논거로 우리 전략무기 능력을 폄훼해 보자고 접어들 것이 뻔할 것으로 보인다”며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대기권 재돌입 기술이 미흡했다면 조종전투부(탄두부)의 원격 자료를 탄착 순간까지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면 마하 20(음속의 20배) 정도의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해 약 6000~7000도의 고열과 충격을 받는다. 반면에 고각 발사하면 미사일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지기 때문에 재진입 시 견뎌야 하는 고열 발생 시간이 짧고 온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2017년 7월 쏜 ICBM급 화성-14형이 하강할 때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북한의 재진입체 기술 확보 여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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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북한이 ICBM 정상 발사를 한다면 1만㎞ 이상 떨어진 동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언 윌리엄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국장은 최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화성-17형으로 알래스카 및 미 서부의 미사일방어요격망을 피하기 위해 남극 쪽에서 올라오는 방향으로 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북한 ICBM이 미국의 지상기반요격미사일 체제를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또 정찰위성 시험품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도 강하게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공개한 위성사진의 화질에 대해 ‘조악한 수준’ ‘기만활동’ 등의 평가가 나온 것을 문제삼은 뒤 “소위 전문가들이라 하는 것들이 남을 깎아내리는 데만 골몰하니 상식 밖의 말을 내뱉을 수밖에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저해상도로 촬영된 서울·인천 일대 흑백사진과 관련, “누가 830s(초)에 지나지 않는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상을 식별하는 능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김 부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서도 “아무리 짖어도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님을 모르고 왜 계속 개 짖는 소리만 내며 우리의 분노만 키우는지 알 수 없다”고 폭언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도 20일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지난 16일 일본이 국가안보전략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안에 ‘반격능력’을 명시한 것과 관련, “부당하고 과욕적인 야망실현 기도”라며 “어느만큼 우려하고 불쾌해하는가를 실제 행동으로 계속해서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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