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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중도인출 “집 사려고, 전세 보증금 때문에” 81.6%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 가운데 81.6%가 집을 이유로 들었다. 집을 사려고, 전세 보증금을 대려고 노후 자금을 헐어 쓴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12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지난 12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19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의 ‘퇴직연금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 금액은 295조원으로 1년 전 255조원과 비교해 15.5% 증가했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683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다.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퇴직연금 적립금과 가입 인원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퇴직연금 중 근로자가 직접 적립ㆍ운용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는 277만 명으로 1년 사이 13.3% 늘었다. 적립금도 47조원으로 34.8% 증가했다.

퇴직연금 가입률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대상 근로자 1195만7000명 중 53.3%가 가입했는데, 가입률은 역대 최고치였다. 2015년 48.2%, 2016년 49.3%, 2017년 50.2%, 2018년 51.3%, 2019년 51.5%, 2020년 52.4% 등 상승세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중도 인출 인원은 5만5000명으로 1년 전과 견줘 20.9% 감소했고, 인출 금액 역시 1조9000억원으로 25.9% 줄었다. 제도 변화 때문이다.

차진숙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2020년 4월 퇴직연금 중도 인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금액과 인원 모두 감소했다”고 말했다. 연간 총급여 12.5% 이상 의료비가 나갈 때만 장기 요양 목적의 퇴직연금 중도 인출을 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의료 지출 금액이나 질병 종류 상관없이 중도 인출이 가능하던 것에서 기준이 크게 강화됐다.

전체 중도 인출을 줄었지만 집 때문에 퇴직연금을 헐어 쓰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주택 구입을 이유로 중도 인출한 인원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3만 명을 기록했다. 인출 금액 역시 1조3000억원으로 4.4% 불었다. 각종 대출로도 집값을 충당하지 못해 퇴직연금까지 빼서 쓰는 ‘영끌’ 투자족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전세 보증금 등 주거 임차를 이유로 중도 인출한 인원은 1만5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9% 줄었지만, 인출 금액은 약 5000억원으로 6.7% 늘었다.

중도 인출 이유 중에 주택 구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4%(인원 기준)로 절반을 넘었다. 전세 보증금 마련 같은 주거 임차가 27.2%로 그다음이었다. 합쳐 81.6%에 달했다. 노후 자금을 중간에 빼서 쓰는 사람 10명 중 8명꼴로 집을 이유로 꼽았다. 뒤이어 회생 절차(12.9%), 장기 요양(4.2%) 등 순이었다.

퇴직연금 종류별로는 지난해 적립 금액을 기준으로 확정급여형(58%)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 확정기여형(25.6%), 개인형 퇴직연금(16%) 등 순서였다. 퇴직연금은 대부분(83.1%)이 원리금 보장형이었다. 13.6%만 실적 배당형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금융 권역별로는 은행(50.5%)이 퇴직연금 절반 이상을 운영하고 있었다. 생명보험사 22.2%, 증권사 21.3%, 손해보험사 4.8%, 근로복지공단 1.2%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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