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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줄어드는 청년 일자리, 사회 안정 위협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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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9일 부산 동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일일취업안내소에서 구직자들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9일 부산 동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일일취업안내소에서 구직자들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청년 취업자 1년9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

내년 전망도 나빠…규제·노동 개혁 서둘러야

청년고용 시장에 한파가 찾아오고 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000명 줄었다. 월간 기준으로 청년 일자리가 감소한 건 지난해 2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유독 청년층에 일자리 충격이 집중됐다. 반면에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는 지난달 48만 명 증가하며 청년층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기 저출산 여파로 청년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4월을 고비로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부 기업들은 급격한 실적 악화 전망에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저임금 단기 일자리가 아닌 대기업·정규직 등의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 일자리 불안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선 불만을 품은 청년들이 거리로 나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확산하는 배경으로 청년 실업률 급증이 손꼽힌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코로나19 경제 봉쇄의 여파로 한때 19.9%까지 치솟았다. 지난 10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17.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에선 환경미화원 500명을 채용하는데 2만6000명 넘게 몰렸다고 한다. 나폴리 시장은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뚫은 청년들에게 대규모 축하 행사를 열어줬다. 40%에 가까운 이 지역 청년 실업률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궁극적으로 청년 일자리 불안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들이 활발한 투자에 나서야만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실패한 정책으로 상황을 꼬이게 했다. 정부 돈을 쏟아부어 공공 일자리를 늘렸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치며 청년 일자리 사정을 더 악화시켰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이 전력질주하도록 넓은 운동장을 제공하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려면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게 투자의 발목을 잡는 각종 걸림돌을 제거해 줘야 한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 맞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래야 기업들도 정부 정책에 화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협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