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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은 30초, 로봇은 9초…스마트팩토리는 생존 위한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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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 창원공장에서 정귀훈 오퍼레이터가 자동차 부품인 볼 조인트 생산 라인의 로봇 공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 창원공장에서 정귀훈 오퍼레이터가 자동차 부품인 볼 조인트 생산 라인의 로봇 공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경남 창원에 있는 자동차부품 회사 센트랄에서 30년 동안 일한 정귀훈(49) 오퍼레이터는 최근 큰 업무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20년 생산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면서다.

제조업 혁명 없이 성장 없다 <4> #최근 4년새 4600여 곳 스마트공장 구축 #하지만 70%가량은 기초 단계에 머물러 #“개별 지원보다 대기업과 협력 바람직”

정 오퍼레이터는 그동안 하루 8시간씩 작업대 앞에서 차체 충격을 완화해주는 현가 장치에 쓰이는 볼 조인트를 손으로 조립해왔다. 포장과 완제품 검사도 수작업으로 했지만 사람 팔처럼 생긴 관절 로봇을 들여오면서부터는 업무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정해진 시간에 온도·압력 등 상태를 태블릿PC에 입력하거나 로봇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점검만 하면 된다.

30년 일한 업무 확 바꿔 놓은 로봇  

태블릿PC에는 경남테크노파크와 공동 개발한 제조·운영·관리(MOM) 시스템이 깔려 있어 주문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그는 “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초에서 9초로 단축됐다”며 “작업 인원도 기존 2~3명에서 한 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 창원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 창원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검사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총 57개 라인 중 4곳에 로봇 공정을 시범 도입했는데, 이 중 2개 라인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검사가 이뤄진다. 지난달 29일 창원 공장에 들어서자 볼 조인트 라인에서 로봇 두 대가 움직이며 부품을 조립·포장하고 있었다. 고해상도 카메라 4대가 완제품의 고무·링 등 각 부분을 3차원으로 촬영한 모습이 생산 라인 앞 모니터에 나타났다. 검사를 마치자 화면에는 쉴 새 없이 ‘OK’ 신호가 떴다. 볼 조인트 불량 이미지를 학습시켜 찍힘·변형 같은 불량을 자동으로 가려내는 원리다. AI 검사를 도입한 이후 불량 유출은 0건이다.

또 다른 로봇 공정 라인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의 자동무인운반차량(AGV) 시험 운행이 한창이었다. 신호를 보내면 라인으로 가서 포장된 제품을 실은 뒤 컨테이너까지 옮긴다.

인공지능 검사로 불량 유출 ‘제로’

이 회사는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의 전문위원들이 6개월 동안 상주하며 센트랄 경영진과 기술 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센트랄을 비롯해 2015년부터 현재까지 3000여개 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지원했다.

김현식 공장장은 “관절 로봇은 손잡이 부분만 교체하면 다양한 라인에 적용 가능해 최근 트렌드인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며 “로봇 도입 후 완제품 생산량이 일 2040개에서 3290개로 61%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제조업에서 스마트팩토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금까지 삼성의 지원을 받았는데 내년부터는 중소 협력사들에 MOM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 창원공장에서 근로자가 수작업으로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 회사는 57개 생산 라인 중 4개에 로봇 공정을 도입했다. 최은경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 창원공장에서 근로자가 수작업으로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 회사는 57개 생산 라인 중 4개에 로봇 공정을 도입했다. 최은경 기자

지난 1일 찾은 경북 구미의 아이엔티텍 공장에서도 LS일렉트릭의 지원을 받아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한창이었다. 아이엔티텍은 전기전자·자동차부품 사출 및 금형 전문기업이다.

공장 안쪽 모니터에는 온도·압력 등 주요 지표가 또렷했다. 정진형 아이엔티텍 대표는 “엔지니어가 오랜 시간 걸려 습득한 최적의 사출 조건을 표준화해 입력하고, 적정 범위를 벗어나면 에러 경고가 울린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축적해 제품별 최적 조건을 예측할 수도 있다.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확산

이 회사는 5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비용을 투자해 관절 로봇을 너트 조립에 활용하는 등 스마트팩토리화 작업을 해왔다. 정 대표는 “단순 부품은 수익성이 낮아 자동화로 인건비와 불량률을 줄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갈수록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데 원래 필요한 인원의 30%만 있어도 공장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 금형 기업 아이엔티텍의 정진형 대표가 경북 구미시 본사에서 사출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 금형 기업 아이엔티텍의 정진형 대표가 경북 구미시 본사에서 사출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두 회사는 자체 투자와 정부·대기업의 지원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선 언감생심이다. 김현식 공장장은 “(스마트팩토리를) 몰라서 못 하는 회사가 수두룩하다”며 “열악한 작업 조건과 구인난, 낮은 수익성이라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진형 대표는 “기업의 경영진과 직원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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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확산 이뤘지만 현장에선 ‘정리정돈’ 수준  

중기부는 201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2165억원을 지원해 4609개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익명을 원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리정돈이나 기본 생산 프로세서를 갖추는 수준인 기초단계 1단계 기업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고무줄 예산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스마트팩토리 지원 예산을 올해 3466억원에서 내년 1458억원으로 2000억원가량 삭감한 상태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단장은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보다 대기업과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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