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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에 한 대씩 세탁기 뚝딱…불량·고장도 미리 예측한다

중앙일보

입력

10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공장 정문. 클락스빌=임성빈 기자

10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공장 정문. 클락스빌=임성빈 기자

미국 동남부 테네시주의 주도(州都) 내슈빌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달리면 클락스빌이라는 소도시가 나온다. 클락스빌 외곽의 널찍한 들판 한가운데는 LG전자가 3년 전 문을 연 세탁기공장이 세계 최고 효율을 자랑하며 가동 중이다.

제조업 혁명 없이 성장 없다 <3> #LG전자 테네시 세탁기 공장 가보니 #단순 반복 뛰어넘어 스스로 부품 주문 #“현재는 QR 코드 인식해 로봇이 이동 #앞으론 자율주행하는 공장 만들 것”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방문한 LG전자 테네시 세탁기 공장에선 사람보다 자동무인운반차량(AGV)이 더 많이 보였다. 가로 100m, 세로 500m의 길쭉한 생산라인에선 시작부터 끝까지 부품을 옮기고 자재를 채워 넣는 일을 165대의 AGV가 담당하고 있었다.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지 않고 관제 시스템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AGV는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스마트팩토리에서 AGV의 역할은 단순 반복적으로 짐을 옮기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장을 관리하는 중앙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필요한 부품을 각 라인에 채워주고, 도움이 필요한 라인에는 AGV가 지원을 나가기도 한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배차하는 콜택시처럼 관제 시스템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적은 숫자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LG전자의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에서 자동무인운반차(AGV)가 카트를 옮기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의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에서 자동무인운반차(AGV)가 카트를 옮기고 있다. 사진 LG전자

이곳에선 지능화한 공장 설계와 통합적인 생산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10초당 한 대씩 세탁기 생산이 가능하다. 10분 이내에 생산하는 품목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백대현 LG전자 스마트팩토리팀 책임연구원은 “자동화 공장은 로봇이 한자리에서 주어진 반복 작업만 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스마트팩토리는 AGV와 제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 부품공급 자동화 시스템(SPS)은 공장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는 부품을 미리 주문하고, 자재 보관소도 틈틈이 채워 놓는다. 사람이 직접 계산하고 명령하는 일은 거의 없다. 생산라인만 보면 공장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라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스템이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10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LG전자 세탁기공장에 자재를 실은 트럭이 들어가 있다. 클락스빌=임성빈 기자

10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LG전자 세탁기공장에 자재를 실은 트럭이 들어가 있다. 클락스빌=임성빈 기자

상대적으로 일손이 귀한 현지의 인력 수급 상황과도 맞아떨어진다. 기본적인 작업은 자동화 로봇이 하도록 해 구인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기술적으로 작업하기 어려운 섬세한 작업은 사람 손으로 하도록 했지만, 로봇의 작업 수행 난도를 고도화하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공장 운영은 각 관리 시스템끼리 정보를 상호 교환해 스스로 하도록 지능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생산 라인 중간쯤엔 각 시스템이 주고받는 정보를 띄운 모니터를 설치해 관리자가 공장 상황을 공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한편 불량률을 낮추는 데에도 역할 하고 있다. 공정에서 불량이 일어나기도 전에 불량을 잡아내는 체계를 고도화 중이다. 생산 과정을 비전 카메라로 계속 보여주고, 불량 포인트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통해 불량이 발생하는 경향성(트렌드)을 미리 인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LG전자 미국 테네시 세탁기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미국 테네시 세탁기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손창우 LG전자 테네시법인장(상무)은 “그동안 제품에 미세한 티가 있어도 폐기하도록 하는 품질 관리 방침에 따라 이전엔 불가피한 손실이 발생했었다”며 “스마트팩토리에선 조립라인에 들어가기도 전에 불량을 걸러내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부분도 컴퓨터가 확인하고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손 법인장의 설명이다.

“단순 자동화 공장과 달리 사람이 하던 일을 왜,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스템이 알게 하는 겁니다. 스스로 잘못을 인지해 필요한 점을 보완하는 일련의 행위를 유기적으로 해내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효율과 불량률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장 내 AGV는 바닥에 붙여놓은 3만여 개의 QR코드를 인식하면서 이동하는데, 앞으로는 QR 없이도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자율주행 수준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공장에서 손창우 LG전자 테네시법인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클락스빌=임성빈 기자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공장에서 손창우 LG전자 테네시법인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클락스빌=임성빈 기자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산 설비의 고장을 감지하는 일도 맡는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스마트팩토리는 고장이 ‘날 것 같은’ 부분을 미리 인지하고 ‘정비하라’고 알릴 수 있는 ‘예지보전’ 기술 구축을 추진 중이다. 설비를 돌리면서 특정 부품에 가해지는 압력과 열 등을 감지하고, 고장이 발생하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손 법인장은 “경영적인 관점에서 나중에 발생할 불량과 고장으로 인한 손실을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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