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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등산화 신는 남자들 줄섰다…패션가 휩쓰는 2030男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판매를 시작한 ‘자라X아더에러’ 두 번째 협업 컬렉션. 강추위에도 매장 앞에는 10시 오픈 시간을 앞두고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일부 서울 강남 지역 매장 앞에는 새벽 4~5시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점 자라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 사진 자라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점 자라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 사진 자라

눈에 띄는 것은 줄을 선 사람 중 많은 수가 ‘남성’이라는 점. 남녀를 따로 구별하지 않는 공용 의류를 내지만, 2030(20대와 30대) 남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아더에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아더에러와 자라의 협업 컬렉션의 주요 인기 상품은 순식간에 동났고, 온라인 발매분 역시 판매 개시 약 10분 만에 주요 인기 제품 위주로 조기 완판됐다.

SSG닷컴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언더마이카’와의 협업도 화제다. 지난해 12월 SSG닷컴에서 첫선을 보였던 언더마이카 발마칸 코트는 발매 30초 만에 1억원 물량을 완판했다. 구매자의 80%가 10~30대 신규 남성 고객이었다. 올 1월에는 항공 재킷을 드롭(한정판 불시 판매) 방식으로 판매, 준비 물량의 10배 이상의 소비자가 몰리며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 이어 8월과 10월에도 재킷과 야구점퍼를 출시해 완판 행렬을 이어갔으며, 11월에 판매한 발마칸 코트 역시 30초 완판 기록을 썼다.

SSG닷컴과 언더마이카 협업 상품 발마칸 코트는 일명 '30초 완판' 코트로 불린다. 사진 SSG닷컴

SSG닷컴과 언더마이카 협업 상품 발마칸 코트는 일명 '30초 완판' 코트로 불린다. 사진 SSG닷컴

전통적으로 여성 위주로 흘러가던 패션 업계가 최근 2030 젊은 남성들을 주목하고 있다. 소비 여력이 높고, 자신을 꾸미는 데 익숙하며, 관련 커뮤니티 활동 등 빠른 패션 정보 습득으로 새로운 패션 소비층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새로운 유행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근 패션가를 강타한 ‘고프코어(Gorp+Core)’ 룩이다. 야외 활동 시 체력 보충을 위해 챙겨 먹는 견과류를 의미하는 ‘고프(Gorp)’와 평범한 패션을 의미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다. 등산복·등산화 등 야외 활동 시 착용하는 아이템을 평범한 일상복과 매치하는 개성적 스타일을 의미한다.

2030 남성들 사이 고프코어 룩이 유행하면서 주로 전문 등산용 패딩을 내는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등산·트레일 신발을 내는 프랑스 브랜드 살로몬이 최대 수혜 브랜드로 꼽혔다. 아크테릭스를 운영하는 넬슨스포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7.6% 증가한 501억원, 영업이익은 80% 증가한 113억원을 기록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한 고프코어 브랜드 살로몬, 그라미치, 트래블 등의 지난 9월 한 달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이상 늘어났다. 사진 무신사

패션 플랫폼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한 고프코어 브랜드 살로몬, 그라미치, 트래블 등의 지난 9월 한 달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이상 늘어났다. 사진 무신사

패션 대기업의 남성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올해 27년 만에 신규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론칭했다. 3040 고객을 타깃으로, 출근복과 일상복으로 활용 가능한 ‘유틸리티 워크웨어(기능성 작업복)’를 표방한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한섬은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의 판권을 들여와 압구정본점에 첫 단독매장을 냈다. 아워레가시의 남성·여성 상품 비중은 80:20 정도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스튜디오 톰보이의 남성복 사업을 본격화, 백화점에 남성복 단독 매장을 냈다. 12월 현재 신세계백화점 센텀점·대구점, 갤러리아 광교점, 롯데 부산 등 총 9개 매장을 냈으며, 내년 상반기에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27년만에 새롭게 론칭한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27년만에 새롭게 론칭한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 사진 삼성물산

2030 남성 패션이 주목받는 데는 지난 몇 년간 강하게 지속해 왔던 스트리트 패션 트렌드가 배경으로 꼽힌다. 격식을 갖춘 의류보다 캐주얼 의류가 선호되면서, 남녀 구분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이 주목받았고, 그 사이 고프코어 룩, 워크웨어(작업복) 룩 등 남성 패션 위주로 트렌드가 흘러갔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는 “성장 동력이 거의 없는 여성복에 비해 최근 남성복이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남성들이 캐주얼에 눈을 떴고, 젠더리스 트렌드 등 어느 한 고정된 남성성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지면서 남성복의 범위가 확장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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