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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명주식 등 43억 부당이익" 자산운용사 前대표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자산운용사의 전 대표가 회사 운용 펀드 내 비상장주식을 차명으로 저가에 사들인 뒤 팔아 이득을 챙기고, 성과급을 부당하게 지급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이승형)는 지난 7일 자산운용업체 A사의 전 대표 오모씨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오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사의 전·현직 임원은 총 4명으로, 이 중 1명은 현직이라고 한다. 검찰은 오씨 등 5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외에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4월12일 서울 양천구 소재 서울남부지검의 모습.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7일 자산운용업체 A사의 전직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 했다. 뉴스1

지난 4월12일 서울 양천구 소재 서울남부지검의 모습.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7일 자산운용업체 A사의 전직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 했다. 뉴스1

 오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A사는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체로,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A사는 지난 2017년 12월 한 투자업체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아 펀드를 조성했고, 당시 비상장회사였던 의료용기기 제조업체 B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B사와 C사는 각각 지난 2020년 9월과 10월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오씨 등은 B사·C사가 상장되기 직전 A사가 보유하고 있던 두 회사의 주식을 차명을 내세워 개인적으로 사들인 뒤 상장 이후 팔아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부당 이득은 B사의 경우 총 13억여원, C사에 대해선 5억 4000만여원이라는 게 검찰 조사 내용이다.

 자본시장법 84조는 집합투자업자가 운용 회사 또는 임직원 등 이해관계인과 거래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오씨 등이 차명 거래를 통해서 이를 숨긴 것으로 의심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검찰은 오씨 등이 회사가 얻어야 할 이익을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 가로챘다고 판단해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이 없었다면 A사가 총 18억 4600만원 상당에 달하는 이익을 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오씨 등은 지난 2020년 12월말쯤 A사 내부 규정을 위반해 자신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이 지급되도록 절차를 진행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당시 오씨 등이 성과급 지급 대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 A사가 대출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안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25억원가량의 성과급이 지급되도록 부당한 의결 과정을 거쳤다고 판단했다. 당시 다른 펀드의 운용 수익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의 모습.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4일 A사 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뉴스1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의 모습.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4일 A사 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뉴스1

 오씨 등이 받은 성과급 25억원 중 7억원가량은 다른 직원의 명의로 성과급을 먼저 지급한 뒤 그 돈을 다시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 때문에 검찰은 오씨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후 오씨 등은 성과급 중 7억6000만원가량을 회사에 변제했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0년 11월 1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A사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고, 지난 6월 28일 현재의 서울남부지검 진용이 꾸려지면서부터 수사에 속도를 냈다. 그간의 수사 내용을 토대로 검찰은 오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달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당시 법원은 오씨의 혐의가 무거운 점은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오씨 등 A사 전·현직 임원 5명을 불구속기소 했고, 향후 공소유지를 통해 유죄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성과급 부당 지급이나 이해관계인 거래 금지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비교적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보유 비상장사 주식을 차명으로 산 뒤 팔았다는 점은 배임죄 요건인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피해 발생 여부에 대해선 법정 공방이 벌어질 만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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