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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협의 이뤄지지 않았다"…외교부, 양금덕 할머니 서훈 제동

중앙일보

입력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1) 할머니의 ‘2022 인권상ㆍ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이 시상식을 앞두고 보류됐다. 외교부가 “부처 간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인권의날 기념식 직전인 지난 6일 양 할머니 측에 “관련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시상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인권위는 지난 9월 홈페이지에 양 할머니가 포함된 인권상 추천대상자 명단을 공개한 뒤 의견을 수렴해왔다.

양 할머니가 모란장을 받으려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지난 6일 국무회의와 8일 임시국무회의에도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지난주 국무회의 안건을 사전 협의하는 관계부처 간의 회의에서 외교부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수여가 적절한지를 판단한 게 아니라 절차상 국무회의 상정에 앞서 차관급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외교부는 특정인의 상훈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양 할머니의 모란장 수여와 관련한 찬반 의견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9월 2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자필 편지를 읽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자필 편지를 읽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돼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1992년부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고, 특히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현재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의 강제매각과 관련한 대법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입장을 내고 “외교부는 7월 26일 대법원에 사실상 강제매각 판결을 보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강제집행을 방해하더니, 이번엔 인권상 수상을 방해했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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