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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내 집 마련" 베이징·상하이보다 어렵다는 '이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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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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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중해' 샤먼, 광저우 이기고 집값 4위 도시 올라

지난해 중국 샤먼(廈門)의 평균 주택 가격이 전국 4위를 기록했다. GDP가 3배나 차이 나는 광저우(廣州)를 제치고, 대도시 선전(深圳),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바로 뒤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샤먼 [사진 셔터스톡]

중국 샤먼 [사진 셔터스톡]

샤먼은 중국 남쪽의 항구도시로, 풍광이 아름답고 깨끗해 “바다 위의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이 때문에 많은 중국인이 샤먼에서의 삶을 꿈꾼다. 그러나 샤먼 사람들은 이곳 생활이 그들의 기대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샤먼은 당신들이 와서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 도시"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상업 빅데이터 분석회사 DT차이징(DT財經)이 발표한 ‘2021년 전국 도시 중고 주택 가격 TOP10’에서 샤먼은 1제곱미터당 50563위안(약 931만 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71188위안(약 1311만 원)/m²으로 선전이, 2위는 67662위안(약 1246만 원)/m²로 상하이가, 3위는 66739위안(약 1229만 원)/m²로 베이징이 가져갔다. 1선 도시이자 샤먼보다 GDP가 3배나 높은 광저우는 44139(약 813만 원)/m²로 5위에 머물렀다.

*중고 주택은 새집보다 정책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중고 주택 가격을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는 척도로 삼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전국 도시 주택 집값/임대료 상황 [사진 DT차이징(DT財經)]

2021년 전국 도시 주택 집값/임대료 상황 [사진 DT차이징(DT財經)]

샤먼의 신축 주택 가격도 1제곱미터당 35892위안(약 661만 원)으로 전국 5위를 기록했다. 2선 도시인 샤먼의 중고 및 신축 주택 평균 가격은 신1선 도시인 항저우(杭州)와 난징(南京)은 물론 1선 도시인 광저우(廣州)보다도 높았다.

월평균 임대료로 보면 샤먼은 1제곱미터당 52.5위안(약 9671원)으로 전국 6위를 차지했다. 샤먼에서 12평짜리 원룸에 산다고 하면 월세로 2000위안(약 36만 원) 이상 내야 한다는 소리다.

36만 원. 얼핏 들었을 때 그다지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샤먼 사람들의 소득이 이 돈을 여유롭게 낼 만큼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샤먼 주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은 64362위안(약 1185만 원)으로 전국 9위를 기록했다. 집값은 북상광심(北上廣深) 1선 도시를 넘보고 있으나, 소득은 아직 2선 도시 수준에 머물러있다.

월급 모아 집 사기가 베이징, 상하이보다 어렵다

DT차이징은 중국 구인·구직 플랫폼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이 발표한 ‘중국 기업 채용 임금 보고서(2022년)'와 부동산 정보 플랫폼 도시방망(城市房網)의 2022년 8월 평균 집값 데이터를 종합, 1년 동안 각 도시에서 월급을 안 쓰고 모으기만 했을 때 몇 제곱미터의 집을 살 수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샤먼에서 월급을 모아 집 사는 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보다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DT차이징에 따르면 샤먼에서 1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만 할 경우, 평균 2.25㎡ 크기의 집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동일 전제하에 각각 2.43㎡, 2.59㎡의 집을 살 수 있다.

하표(廈漂)를 아시나요?

중국에는 ‘북표(北漂)’와 ‘호표(滬漂)’라는 말이 있다. 각각 베이징을 뜻하는 ‘북(北)’과 상하이를 뜻하는 ‘호(滬)’에 방랑한다는 뜻의 ‘표(漂)’가 합쳐져 생긴 단어다. 이 단어는 ‘일자리를 찾아 베이징과 상하이로 와서 방랑하는 외지인’을 의미하며, 중국 영화·드라마 속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방랑하는 사람들이 비단 베이징과 상하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샤먼에도 이른바 ‘하표(廈漂)’ 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외지가 아닌 같은 샤먼 시 안에서 이동해왔다.

샤먼 시 [사진 푸젠성 지리정보 공공서비스 플랫폼]

샤먼 시 [사진 푸젠성 지리정보 공공서비스 플랫폼]

샤먼은 섬과 육지가 공존하는 신기한 도시다. 샤먼 시 전체는 쓰밍구(思明區)와 후리구(湖裏區)로 이뤄진 섬 안 도심과 하이창구(海滄區), 지메이구(集美區), 샹안구(翔安區), 퉁안구(同安區)로 이뤄진 섬 밖 육지로 나뉜다.

샤먼의 집값은 섬 안과 밖에 큰 차이가 있다. 섬 밖 육지 지역의 평균 집값은 1제곱미터당 20000위안(약 368만 원)으로 2선 도시의 정상적인 수준에 속한다. 그러나 섬 안 도심 지역인 쓰밍구와 후리구의 평균 집값은 1제곱미터당 60000위안(약 1106만 원)을 초과하며, 샤먼 시 전체 집값을 끌어올린다.

섬 안과 밖은 완전히 다른 세상, 지역 내 소득 격차 커

집값의 차이는 곧 경제력과 인프라, 교육 등의 차이를 의미한다. DT차이징은 2021년 기준, 샤먼 주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이 낮은 편은 아니나(전국 9위, 64362위안(약 1185만 원)), 도심과 외곽 지역 간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샤먼은 베이징을 제외하고 도심과 외곽 지역 간의 소득 격차가 중국에서 가장 큰 도시다. 샤먼 시 도심 지역의 평균 소득은 농촌인 외곽 지역보다 무려 2.25배나 높다. GDP 역시 섬 안 도심 지역인 쓰밍구가 샤먼 시 전체 3분의 1에 육박한다. 쓰밍구의 GDP는 외곽 지역인 퉁안구의 3.4배, 샹안구의 2.9배에 달한다.

쓰밍구에는 사실상 샤먼 시의 모든 자원이 밀집해있다. 이곳은 풍부한 교육 자원과 발전된 관광산업 자원으로 젊은 노동력과 다양한 기업을 흡수했다.

"섬 안의 시설과 자원은 대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버금갑니다. 실험 초등학교, 샤먼대학 같은 명문 학교와 과학기술관, 도서관, 밀크티 가게, 왕훙 상점(인터넷 유명 상점) 같은 것이 도처에 널려 있어요.” 샤먼에 사는 한 현지인이 DT차이징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진 DT차이징 (인터뷰이 제공)]

[사진 DT차이징 (인터뷰이 제공)]

그는 본가가 섬 밖 샹안구(翔安區)에 있으나, 본인의 학업과 부모님의 일을 위해 중학생 때부터 가족 전체가 섬 안 쓰밍구(思明區)에서 셋방을 얻어 살고 있다고 전했다. 샤먼에서 샤먼으로 이주한 전형적인 하표(廈漂) 가족인 것이다.

이들이 쓰밍구의 낡은 아파트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섬 안 다른 동네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쓰밍구 빈후난루(濱湖南路)에 위치한 윈당후(篔簹湖)는 샤먼의 오랜 부자 동네로, 호수를 따라 호화 별장들이 즐비해 있다. 윈당후의 유명 저택인 디징위안(帝景苑)은 올해 9월 기준 공시가가 1제곱미터당 11만 9500위안(약 2205만 원)을 기록했다. 별장 한 채를 400m²로 가정한다면 디징위안 저택의 가격은 7500만 위안(약 138억 4125만 원)에 달한다.

윈당후 주변 [사진 tuchong]

윈당후 주변 [사진 tuchong]

크릭(克而瑞)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000만 위안(약 18억 4790만 원) 이상 호화 주택 거래량 순위에서 샤먼이 6위를 차지했다. 현지 SNS 샤오훙수(小紅書)에 '샤먼 저택'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이 6300건 이상 노출된다. DT차이징은 샤먼의 호화 저택 중 90% 이상이 섬 안에 집중되어 있다고 전했다.

높은 집값과 소득 격차에도 ‘바다 위의 정원’ 샤먼은 많은 중국인을 유입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차와 7차 인구센서스 데이터에 따르면 샤먼의 인구는 2010년 353만 1300명에서 2020년 516만 4000명으로 증가했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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