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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현장 중단" 으름장 현실화…전국 공사판 과반 멈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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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8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공사현장. 800여세대 아파트가 건설중이어서 평소라면 철강·콘크리트 등 자재를 실은 화물차 수십대가 드나들어야 할 곳이다. 하지만 이날 공사장은 적막했다. 25층 건물 19층까지 공사가 진행됐지만, 지난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이후 철강 등 주요 자재 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29일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이곳 현장소장은 “방수와 창호·석고보드 등 가능한 내부 작업을 먼저 진행하며 공기를 반나절이라도 만회하려 애썼다. 하지만 타설공과 형틀(목수) 작업자 등이 본격적인 동조파업에 나서면서 사실상 현장이 멈췄고,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공사가 중단된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공사가 중단된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건설노조 가세 여파 본격화, 전국 공사장 과반 멈췄다
건설노조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동조하는 파업에 본격 돌입한 이날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공사 현장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건설노조에는 레미콘과 타설공, 형틀 작업자 등 공정 핵심인 콘크리트 타설 관련 인부가 소속돼있다. 건설노조는 지난 6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입구에서 진행한 ‘총파업 투쟁대회’에서 “8일부터 부울경 모든 공사현장 타설이 중단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여파로 작업이 중단된 광주 북구 한 공사현장. 연합뉴스

지난 6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여파로 작업이 중단된 광주 북구 한 공사현장. 연합뉴스

현장 인부 90% 이상이 건설노조에 가입돼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울경 공사현장에선 이미 현장 작업이 중단된 곳도 많다. 지난달 시작된 화물노조 집단운송거부에 철강 등 자재의 현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부산시 집계를 보면 공사현장 335곳 가운데 108곳(32.2%) 작업이 지연 또는 중단됐다. 작업이 완전히 중단된 현장은 24곳, 일부 중단 등 지연을 겪는 현장은 84곳이다. 경남에서도 공사장 77곳이 작업 지연 또는 중단 상태다.

전국 상황도 심각하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이후 전국 115개 건설사 현장 1349곳 가운데 785곳(58.2%)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연합회 관계자는 “조사에 답하지 않은 공사장 중에서도 작업을 멈춘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작업 중단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며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며 회원 건설사 7만여 곳을 대상으로 소송 참여 의향을 묻고 있다”고 했다.

‘무기한 중단’ 통지에 “정부도 협상력 발휘를”

레미콘 운전자 등이 소속된 건설노조 파업이 본격화로 출하가 막힌 부울경 레미콘 업체들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하루 2000여t의 레미콘을 출하하는 공장 관리소장은 “지난 6일 건설노조가 공문을 통해 ‘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는 내용을 알려왔다. 하루 출하 매출이 약 2억원이다. 파업이 하루 연장될 때마다 억대 매출 피해가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내 업체들의 레미콘 출하량은 지난 6일 평시 대비 40%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가 지난 6일 경남 소재 레미콘 업체를 대상으로 보낸 공문. 독자 제공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가 지난 6일 경남 소재 레미콘 업체를 대상으로 보낸 공문. 독자 제공

건설사들은 작업 중단 상황이 장기화하면 천문학적인 손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이 하루 밀리면 레미콘 공급과 양생, 날씨 등 영향으로 인해 전체 공기는 일주일씩 밀린다. 중단 상황이 길어져 입주가 늦어지면 막대한 지체보상금을 내야 한다”며 “예정일에 맞춰 기존 주택 매매나 전세 재계약 등을 이미 체결해둔 입주 예정자들 또한 혼란과 피해를 겪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들은 집단운송거부와 파업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 또한 강경 대응 이외에 이 사태를 끝낼 수 있는 협상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집단운송거부 장기화로 산업과 경제 피해가 심각하다”며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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