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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동훈 차출설 논란…여당, 당권 싸움 몰두할 때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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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주호영 ‘수도권·MZ 대표론’에 ‘윤심 논란’까지 비등

예산안 처리도 못한 상황에 벌써 차기 공천권 경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어제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이 많다. 장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거라고 분명히 단호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말~3월 초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로 ‘한동훈 차출론’이 나온 데 대한 입장이다. 차출론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2024년 4월 총선과 관련, 수도권과 ‘MZ세대’에서 호응을 받을 인물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해 촉발됐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정 당권 주자들에 대해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했다.

여당 내부는 벌집을 쑤신 듯하다.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입장을 밝히며 갑론을박이다. ‘수도권·MZ 대표론’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이 “그런 후보가 저밖에 더 있느냐”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청년층 공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에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의원은 “특정 지역 출신이나 특정 계층의 지지를 위해 다른 지역과 계층을 도외시하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게 내부 디스”라며 주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특히 여당 지도부와 주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관저에서 잇따라 만찬을 한 직후여서 ‘윤심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차출론에 대해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는 전언이 나오고, 친윤의 핵심인 권성동 의원도 “극히 일부의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개입, 공천 개입, 선거 개입은 절대 안 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과거까지 소환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전하는 집권 여당에 22대 총선 결과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전체 의석 중 국민의힘 몫은 14%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과 원내지도부가 모두 수도권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 국회에선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조차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위기가 닥친 와중에 소수 여당으로서 각종 법안 처리와 정책 추진을 위해 힘을 합쳐 애써도 부족할 판이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국정조사도 코앞이고 근본 대책 마련도 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놓고 벌써 여당이 내홍을 보이니 볼썽사납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갈등하며 ‘옥새 파동’까지 겪다 총선에서 패한 것을 벌써 잊었나.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누가 만나고 왔는지가 고스란히 알려지면서 윤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양상도 부적절하다. 여권이 파열음을 속히 봉합하지 못하면 제사보다 젯밥에만 정신 팔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민생 살리기가 총선 승리로 이끄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