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물연대 저항에 막힌 공정위 현장조사…사업자단체 입증 주력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 2‧5일에 이어 세 번째 현장조사 시도였지만 화물연대의 저지선을 뚫지 못했다. 현장조사 근거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인데, 화물연대 측이 “사업자단체가 아닌 노동조합”이라고 반발하면서다.

6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의 모습. 뉴스1

6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의 모습. 뉴스1

사업자 아니면 공정거래법 적용 못 해

이날 공정위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의 성격이 향후 조사와 제재 절차에 최대 쟁점이다. 이들이 사업자냐, 아니면 노동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 적용을 위해서는 화물연대가 복수의 '사업자'로 구성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단순 '노동자'라면 사업자단체금지 행위의 전제 조건부터 충족되지 않아 제재가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 행위 자체는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보고 사업자단체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반면 화물연대 측은 화물차주 등 특수형태근로자(특고)도 노동자로 인정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법한 노조이기 때문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업자 입증 위해 현장조사 

반면 공정위는 만일 레미콘‧덤프 기사 등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법과 노조법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적법한 노조가 아니지만, 만일 그렇다고 해도 구성원들이 사업자성을 가진다면 공정거래법 적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 조합원 명부 확보를 현장조사의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명부를 통해 복수의 사업자가 단체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이날 화물연대 측에 조사에 응할 것인지, 조사를 거부한다면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등을 묻고 공문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답변에 따라 조사 거부·방해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이 특고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로 넓게 인정하는 추세지만, 공정위는 판례를 근거로 화물연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레미콘트럭 차주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가의 대형 화물차를 운전해 다른 특고에 비해 개인사업자 성격이 짙고, 여러 화주로부터 위탁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특정 업체에 얽매이는 경향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쟁점 똑같은 첫 사건, 21일 심의

화물연대 파업 13일째인 6일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운행을 중단한 정유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13일째인 6일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운행을 중단한 정유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달 21일 전원회의를 앞둔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사건이 전초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혐의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같은 데다 쟁점 역시 동일해서다. 건설기계지부 측은 공정위에 “굴착기 차주 등 특고는 노동자다. 노조의 권리를 공정위가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전원회의에서 다툴 것을 예고했다. 아직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심의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만큼 이달 말 심의 결과가 사업자단체 여부를 가르는 참고자료가 될 예정이다.

부산건설기계지부 사건의 경우에도 공정위는 여러 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노조 측이 사무실 문을 잠그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조합원 명부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다른 건설기계사업자의 진술과 차량등록증 등으로 우회해 사업자임을 입증하는 전략을 세우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최종 결론은 전원회의에서 내려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