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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카카오에 높은 수준 분산·다중화 방안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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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27시간33분. 지난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의 대규모 먹통 사태가 복구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반면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를 약 20분~12시간 안에 정상화했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일부 서버를 두고 있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복구 시간을 갈랐던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는 이를 ‘서버 이중화’ 수준의 차이 때문이라고 공식화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카카오 장애 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SK C&C, 카카오, 네이버 3사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단기 가능 과제는 즉시 조치하고, 중장기 과제는 1개월 이내 보고하도록 행정지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서비스의 장애는 국민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을 마비시킨다”며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 장애 복구 시간을 가른 건 결국 ‘서버 이중화’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였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이중화를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당시 판교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동작(액티브) 상태로, 다른 데이터센터 서버를 대기(스탠바이) 상태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 서버를 동작 상태로 바꿀 권한 관리 기능인 ‘운영 및 관리 도구’는 이중화해놓지 않아 정작 필요할 때 대기 중인 서버를 가동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카카오 인증 등 핵심 기능이 판교 데이터센터에 집중돼 있던 점도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정부는 카카오의 미흡한 이중화 조치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보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또 애플리케이션 간 상호 의존이 높은 인증 기능이나 카카오톡 수발신 기능 등은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분산·다중화를 적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재난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그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행정조치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어 기업들이 따르지 않아도 법적 제재가 없다. 과기정통부는 전 국민적인 불편을 초래한 장애였던 만큼 사업자 스스로 책임감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장관은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고였던 만큼, 사업자들이 성심성의껏 답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피해 보상 절차가 마무리 되면 SK C&C와 카카오는 본격적으로 구상권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문제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건 화재의 원인과 이후 대응이다. 배터리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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