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 총리 등 두바이서 IBC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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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직 각료들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를 둘러보고 나라 걱정을 쏟아냈다. 경제 원로들의 모임 겸 싱크탱크인 IBC포럼(이사장 김만제)이 11~15일 두바이에서 개최한 '지역 비즈니스 허브 추진 로드맵' 국제 세미나에서다. 이 행사엔 남덕우 전 총리, 김만제.이승윤.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종찬 전 국정원장, 고병우 전 건설부 장관,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박병윤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 리더십 부재가 걱정=전직 각료들은 대부분 현 정권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강력하지도, 신속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으면서 이념에 얽매여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남덕우 전 총리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거론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없는 듯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리더십은 하늘에서 나는 게 아니라 지도자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틀 속에서도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병윤 전 의원도 "좌파 이데올로기로 경제를 일으킨 선례가 없다"며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실용주의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승윤 전 부총리는 "유능한 관료들이 무능한 리더십에 휘둘려 방향을 잃고 있다"며 "지도 노선이 왔다갔다 해 관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소신 있게 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종찬 전 원장은 "현 정부는 말만 하고 행동은 안 하므로 뭘 더 주문하기보다 이미 하기로 한 것이나 제대로 하라고 자꾸 재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념 전 부총리는 "한국이 지금 혼란스러운 것은 절도 있는 민주화를 거치지 못한 데 큰 원인이 있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성찰하는 기회를 갖자"고 촉구했다.

◆ 두바이의 성공 비결=세미나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실용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두바이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제벨알리 자유지역을 관할하는 행정기구 자프자(JAFZA)의 이브라힘 알자나히 부이사장은 "지도자가 20~30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짜고 자금을 제공하고 권한을 줬다"며 성공 비결을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57)에게 돌렸다. 또 현지 핵심 물류센터인 두바이 로지스틱스시티의 롤랑 지벨 이사는 "리더의 마인드가 다르다"며 "사업은 베껴갈 수 있지만 지도자의 마인드는 베낄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형 외환은행 두바이 소장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장기 비전▶외국인 전문가에게 과감히 권한을 위임하는 유연한 인사정책▶신속한 행정 서비스 등을 두바이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 한국 경제자유구역 성공하려면=IBC포럼은 인천, 부산.진해, 광양의 경제자유구역이 두바이처럼 성공하려면 경제자유구역청장이 전권을 신속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또 구역 내 기반시설을 정부 주도로 투자하고, 국내 기업에도 외국 기업과 동등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두바이=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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