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정기국회 막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둘러싼 여야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까지 맞물리면서다. 다만 민주당이 그동안 ‘초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했던 정부·여당의 종합부동산세 완화안과 금융투자 소득세(금투세) 유예안에 대해 물러설 여지를 보이고 있다.
5일 여야는 이틀째 ‘2+2 예산 협의체’(정책위의장+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간사) 회의를 열고 신경전을 벌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에서 감액을 주장하는 항목을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책정한 예산들”이라며 “거기에 올라간 게 인건비 정도 올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액의 요소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진 (정부) 쪽에서 이 예산을 짤 수 있도록 좀 도와주십사 말씀을 드린다. 이것이 책임정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은 책임정치를 (운운)하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와 예산안을 연계하겠다고 얘기한다”며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장관 거취는 거취대로 하는 게 책임정치의 시작”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이어 “소위 ‘초부자 감세’를 추진하고 마땅히 편성해야 할 민생 예산은 대폭 축소한 이 예산을 (정부가) 편성권을 가지고 있단 이유로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시대 추이에 맞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2+2 협의체’ 이후 일정도 험난하다. 최대 1조 1800억원(상임위 별 감액안 의결 합산액) 규모의 ‘감액안’을 확정해도 그다음 이어지는 양당 원내대표 간 ‘증액안 및 예산 부수 법안’ 협상은 더 첨예하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을 칼질하고, 상당수 예산 부수 법안을 저지하려고 하는 건, 결국 이재명표 증액 예산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야 간 본게임은 증액안 협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일단 감액안을 확정해 최소 1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고 나면, ‘초부자감세안’을 저지해 최소 2~3조원 이상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며 “그렇게 되면 3~4조원의 세수를 이재명표 복지 증액 예산에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부수 법안 쟁점은 ▶법인세 완화안 ▶종합부동산세 완화안 ▶금융투자 소득세 유예안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절대 수용 불가’ 방침을 취하고 있는 건 법인세 완화이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인하(현행 25%→22%)하는 정부 안에 대해,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에나 매겨지는 최고세율(25%)을 깎아주는 건 명백한 ‘초부자감세’”라고 반대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세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를 지켜야 ‘이재명표 예산’의 탑재가 가능하다는 계산도 있다.
다만 민주당은 전날 “간을 내달라 하면 내줄 수 있지만, 쓸개까지 전부 내달라 하면 안 된다”(박정 예결위 간사)며 일부 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일단 종부세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종부세 기본공제를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1주택자 기본공제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본공제액을 7~8억원 선까지 상향하는 선에서 절충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세도 탄력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금투세 유예’를 위한 조건으로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기준(대주주)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정부 방침의 철회”를 내걸었는데, 최근 정부는 ‘양도소득세 50억원’이란 절충선을 물밑에서 제안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2년 유예를 해주려면 적어도 현행 10억원인 대주주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