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내놓은 가성비 축산세트 모음. 사진 이마트
고물가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유통 업계도 이른바 ‘극과 극’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를 따지는 알뜰족과 작은 사치를 즐기는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족을 동시에 잡으려는 노력이다.
5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예년보다 빠른 내년 설(1월 22일)에 맞춰 주요 업체가 이달 1일부터 설 선물세트 우선 예약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상품 가격 폭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10만원 미만 축산세트 준비 물량을 지난 설보다 60% 늘렸다. 2년 전 설만 해도 4개에 불과했던 가성비 축산세트를 이번엔 12개로 3배 확대했다. 돈육세트, 한우, 양념육, 수입육세트 등이다. 문주석 이마트 축산팀장은 “선물세트에서 양극화 소비가 매년 심화하고 있는 데다 올해는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가성비 세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10만원 미만 축산세트인 ‘물가안정 기획 세트’ 12종을 내놓고 물량을 지난 추석 대비 30% 이상 늘렸다. ‘한우 갈비세트 2호’(9만9000원) 뿐 아니라 ‘마블나인 한우 등심정육세트 1호’(49만9000원)도 내놓았다.
홈플러스는 전체 선물세트 중 70% 가량을 5만원 이하 실속 세트로 준비했다. 동시에 ‘1++등급 한우 오마카세 냉장세트’(49만9000원), ‘한우 토마호크BBQ스테이크 냉장세트’(47만9000원) 등 프리미엄 세트 40여 종도 선보였다.
편의점 CU가 5일부터 프리미엄 위스키 할인전을 한다고 밝혔다. 사진 CU
이런 움직임은 편의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주류 주요 구입처로 떠오른 편의점은 그간 강조해온 가성비 제품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도 늘리고 있다.
CU는 이날부터 탐나불린 1973(333만원), 글렌알라키 30년산(230만원), 달모어 퀀터센스(300만원) 등 프리미엄 위스키 할인전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선보인 주류 장터에서 10만원~30만원대 위스키 등이 오픈과 동시에 품절되고 30여 종의 양주가 95% 이상 조기 완판되는 등 다양한 주류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CU 양주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최근 3개년). 자료 CU
가성비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이 함께 잘나가는 추세는 반려동물 상품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고물가 영향으로 다묶음 반려견 패드, 대용량 사료 같은 저가·대용량 상품이 꾸준히 판매된 한편 ‘VIP(Very Important Pet)’를 위한 최고급 유모차, 드라이룸, 보양 간식, 영양제 등도 잘 팔렸다.
가령 100만원 안팎의 고가인 드라이룸(반려동물 목욕 후 체온 유지를 위한 가전제품)은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넘게 뛰었다. 캣타워 같은 펫가구 역시 60만~110만원 가격대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60% 급증했다.
호텔·편의점·베이커리 업계가 연말이면 내놓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장에서도 양극화 트렌드가 뚜렷하다. 서울신라호텔, 조선팰리스가 25만원짜리 케이크를 내놓은 가운데 편의점은 5000~6000원대 미니케이크 등을 강화했다. 신세계푸드는 9980원 가성비 케이크와 7만1000원짜리 프리미엄 케이크를 같이 내놓았다.
30일 오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9980원의 '갓성비' 케이크 등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하며 시즌 공략에 나섰다. 연합뉴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올해 트렌드는 가성비와 작은 사치”라며 “물가상승으로 초절약을 하려는 알뜰 소비족과 불경기 우울을 작은 사치로 풀려는 소비자를 동시에 공략하려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