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맥주처럼 톡 쏘는 커피맛 보려고 대기만 2시간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 카페쇼’가 열리는 전시관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이날 입장 대기 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 23일부터 나흘간 열린 행사에는 커피 애호가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나흘간 10만 명 몰린 서울 카페쇼 가보니

매해 규모를 더하고 있는 서울 카페쇼는 커피는 물론 차·베이커리·디저트류·초콜릿·음료· 인테리어·주방가전 등 카페 관련 전 분야를 망라한다. 올해는 35개국에서 672개 업체, 350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한 역대 최고급 규모였다. 커피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 카페쇼. 사진 서울 카페쇼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 카페쇼. 사진 서울 카페쇼

카페 못지않네, 가정용 하이엔드 머신

이번 카페쇼에서 가장 눈에 띈 트렌드는 1인용 하이엔드급 커피 머신의 등장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상업용 머신을 선보였던 유명 업체들이 일제히 개인용 머신을 선보였다. 커피 문화가 발달하고, 코로나19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애호가들이 늘면서 나타난 변화로 풀이된다.

라마르조코 부스. 홈 카페 머신 리네아 미크라를 선보였다. 유지연 기자

라마르조코 부스. 홈 카페 머신 리네아 미크라를 선보였다. 유지연 기자

이탈리아 프리미엄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 라마르조코는 최근 공개한 홈 카페 머신인 ‘리네아 미크라’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몄다. 상업용 수준의 기능을 탑재한 400만원대 머신이다. 국내 머신 브랜드 엘로치오도 ‘마누스V’ ‘자르’ 등의 가정용 하이엔드 머신을 주력으로 전시했다.

기센코리아는 내년 봄 선보일 가정용 머신 ‘시네소 ES1’ 모델을 공개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 페마도 하이엔드급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페미나’를 선보였다.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터기에도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역시 커피 취미를 보다 고급으로 가져가려는 시도다. 커피 로스터기 전문기업 스트롱홀드는 내년 초 선보일 소형 로스터기 ‘라텔’을 공개했다. 생두 투입 용량이 50~350g으로 높이 60㎝, 무게 18㎏이다. 1인 카페나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크기다. 영국 로스터기 업체 이카와 부스에서도 약 100g의 소량 생두를 기호에 맞게 볶을 수 있는 샘플 로스터기를 볼 수 있었다.

이카와의 소형 로스터기. 100g의 생두를 볶을 수 있다. 유지연 기자

이카와의 소형 로스터기. 100g의 생두를 볶을 수 있다. 유지연 기자

헤드폰 끼고 커피 즐기는 전시관도

C홀의 카페 부스에서는 ‘커피 오마카세(맡김 차림)’가 한창이었다. 마치 고급 일식집에서 내는 오마카세처럼, 커피도 바리스타가 선정한 커피를 코스별로 내는 형식이다. 파스텔 커피웍스, 로우키, 나무사이로 등 스페셜티 커피(고급 커피)를 내는 카페들이 주로 이런 형식의 시음회를 열었다.

'로우키' 커피 부스에서 낸 커피 시음 코스. 바리스타의 섬세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유지연 기자

'로우키' 커피 부스에서 낸 커피 시음 코스. 바리스타의 섬세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유지연 기자

서울 성수동의 유명 커피숍 ‘로우키’는 3코스의 커피 시음회를 열어 부스 앞 긴 줄을 만들었다. 자리에 앉으면 첫 코스로 브루잉 커피를, 두 번째로 라떼를, 세 번째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원두의 원산지나 가공 방식을 모두 달리해, 바리스타의 섬세한 설명이 곁들여지는 형식으로 커피를 보다 깊게 음미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헤드폰을 끼고 커피를 코스별로 음미하고 있는 관람객들. 유지연 기자

헤드폰을 끼고 커피를 코스별로 음미하고 있는 관람객들. 유지연 기자

시끄러운 주변 소음을 모두 지우고, 오롯이 커피와 나의 대면을 추구하는 부스도 있었다. 바로 서울 합정동의 ‘파스텔 커피웍스’ 부스다. 자리마다 헤드폰을 설치,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약 10분간 바리스타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은비 파스텔 커피웍스 브랜드 매니저는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받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듯, 커피를 감상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기획했다”며 “한 번에 4명씩 하루에 200여 명이 참여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도 색다른 커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발효 커피 맛보려 인산인해

이번 서울 카페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구역은 E홀의 ‘커피 앨리’였다. 장안의 유명 로스터리 카페가 모두 모인 이곳에는 개성 넘치는 커피를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커피 앨리에서는 헤베(HEBE), 클라리멘토, 코스피어, 기미사 등 유난히 ‘발효 커피’를 내는 업장들이 많았다.

복숭아부터 꽃향기까지 다양한 향취가 돋보이는 발효 커피를 내고 있는 클라리멘토 부스. 유지연 기자

복숭아부터 꽃향기까지 다양한 향취가 돋보이는 발효 커피를 내고 있는 클라리멘토 부스. 유지연 기자

발효 커피는 생두 가공 방식을 달리해 마치 향을 입힌 것처럼 강렬한 향취를 내는 커피다. 스테인리스 발효 수조에 물을 채운 뒤 생두를 넣고 48시간가량 발효를 시켜 만든다. 커피에서 귤·사과 등 과일 향취가 감돌기도 하고, 시나몬 향이 나거나 간혹 에일 맥주를 마시는 듯 톡 쏘는 듯한 맛이 나기도 한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일반 생두보다 가격이 3~4배 높은 발효 가공 커피가 커피 농가의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으로 떠올랐다”며 “지난해 말부터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던 발효 커피가 이제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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