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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다시 꺼낸 ‘광대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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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광주~대구 고속도로) 이름을 바까야 하지 않습니까?”

지난달 2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사. 홍준표 대구시장이 ‘달빛동맹’ 회동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한 말이다. 그는 “고속도로 이름을 (줄이면) 광대도로”라며 옛 88고속도로의 명칭 변경을 제안했다. ‘고속도로 기·종점 명명 원칙’에 따라 광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 대한 불만이었다.

앞서 대구시·광주시는 2015년 12월 도로 개통 때도 ‘달빛’이라는 이름을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인터넷 등에는 “차라리 삐에로가 낫겠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과 광주(光州)의 순우리말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딴 협력 프로젝트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강기정 광주시장의 달빛동맹.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강기정 광주시장의 달빛동맹. [연합뉴스]

홍 시장은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조기 개통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남북 교류만 활발하고, 동서 간 교류는 거의 없는 잘못된 구조”라며 “달빛철도는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 시장은 “지역소멸을 걱정하며 제도를 바꾸려는 홍 시장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두 시장은 이날 달빛철도와 군공항 이전 특별법, 금호강·영산강 사업 등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달빛동맹을 통해 ‘하늘길·철길·물길’을 함께 열자는 취지다.

이날 합의된 ‘2038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등을 놓고는 선언적인 의미에 그쳤다는 반응도 나왔다. 두 지자체의 이른바 ‘온도 차이’가 큰 사안을 구체적인 검토 없이 합의부터 했다는 우려다. 광주시의회는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동의안을 통과시킨 대구시의회와 달리 공론화 부족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도 광주의 사업 속도가 대구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 대구는 군공항 이전을 넘어 TK(대구·경북) 신공항을 추진 중인데 광주는 옮겨갈부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대구·경북 정치권에서 ‘선(先) TK 신공항, 후(後) 광주 군공항’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민선 8기 시장들이 바뀐 만큼 화합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2009년 출범 후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달빛동맹의 근본 취지부터 재점검하자는 목소리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때 광주·대구의 병상 나눔이나 2016년 1월 광주 폭설 때 대구시가 제설팀을 파견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달빛동맹을 현대판 ‘나제(羅濟)동맹’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삼국시대 때 고구려가 남진하자 신라와 백제가 동맹을 통해 생존책을 구했다. 홍 시장이 동서교류를 위한 달빛철도로 수도권 블랙홀에 대항하자고 한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동서 화합과 연대를 위해 광대도로 명칭부터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광주 방문 때 불거진 5·18 유공자 명단공개 논란도 홍 시장으로선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