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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때 다르고 야당 때 다른 민주당…방송법·산은 이전 입장 번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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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엔 추진하지 않았던 법안들에 대해 줄줄이 강행 처리 수순에 착수했다. 특히 공영방송 사장 추천에 친야(親野) 성향 인사들이 관여할 수 있는 방송 관련법 개정안이 여야 갈등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여당일 때는 움직이지 않다가 야당이 되더니 돌변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법안소위에서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단독 처리한 방송 관련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기관·단체로부터 이사를 추천받는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친(親)민주당이자 친(親)민주노총인 언론노조의 추천 인사가 이사진의 3분의 2를 차지할 수 있다. 공영방송이 노영(노조경영) 방송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과방위 소속으로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인 고민정 의원은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2월 1일 열리는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송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라며 “합의가 안 되면 단독 처리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날치기로 통과하는 경우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방송 관련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6년 7월 범야권과 손잡고 추진했다가 2017년 대선 승리 후 180도 입장을 바꾼 사안이다. 2017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지적한 뒤,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5년 내내 방치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산업은행 본점(여의도 소재)의 부산 이전도 최근 막아섰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후에도 이를 추진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입장을 바꿔 제동을 건 셈이다. 산업은행 본점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법 4조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임명하지 않았던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도 요구하고 있다.

방송 관련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언론노조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는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방송 관련법이 처리된 직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언론노조는 2017년 2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측에 제출한 ‘방송법 등 4개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에선 정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언론노조는 “일부 의원들(당시 새누리당)은 학계·법조계 등 다양한 제3의 기구를 포함시켜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의 대표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19대 국회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는 제3의 기구를 법에 특정하는 것이 또 다른 분야별 대표성의 논란을 낳을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언론노조는 학계 추천의 예를 들며 “어떤 학회에 추천권을 줄 것인가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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