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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그 골목길 8차례 무전 언급에도…"차도로 못 오게 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 112 무전 녹취록이 공개됐다. 참사가 벌어지기 1시간 전부터 사고 발생 지점에 인파가 몰리는 위험 상황이 보고됐지만, 경찰의 대처는 “인파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데 그쳤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위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위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 대책본부에서 보고한 무전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 핼러윈 인파 관리와 관련해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이 첫 지시를 내린 건 오후 7시 5분이다. “교통순찰차 및 경찰관이 배치 안 됐으면 이태원 경찰관 4명 정도를 해밀톤호텔 앞쪽으로 배치하라”며 “차도로 나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보내라”는 내용이다. 112상황실장은 1시간이 지난 오후 8시 4분 “이태원 로터리 인근에 인파 관리는 잘 되고 있다”면서도 “차도로 나와 있는 인파들 무단횡단 조치 바람”이라며 여전히 차도 통제에 중점을 둔 지시를 내렸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난 골목길에 인접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했다.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난 골목길에 인접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했다.연합뉴스

12분간 사고 발생 골목길 8차례 언급 

 용산서 112 무전이 바쁘게 돌아간 건 오후 9시 10분부터다. 112상황실장이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폭 5m, 길이 50m 정도의 좁은 내리막길에 위치한 술집 이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그는 “와이키키 골목길에서 20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다”며 “파출소 내 경력 4명 정도를 와이키키 입구 쪽으로 보내서 인파관리 바란다”고 말한다. 해당 골목길은 이후 12분 동안 8차례 언급된다.

 112상황실장이 오후 9시 23분 “차로에 순찰차를 아예 고정 배치해서 인파가 차도로 못 내려오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이후 무전에서 인파들이 차로로 쏟아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10분 뒤인 오후 9시 33분에서야 112상황실장은“교통기동대 2명씩을 이태원역 1, 2, 3, 4번 입구에 배치하라. 10명 단위로 20초 간격으로 지하철역으로 내려보내라”며 인파 분산 지시를 한다.

 사고 발생 19분 전인 오후 9시 51분 “이태원 108라운지 인근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원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된 상황”이라는 무전이 공유되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1분부터 7분 동안은 외국인 마약 신고와 관련된 무전만 7차례 오고 갔다.

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옆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한 자원봉사자가 꽃을 정리하고 있다. 정준희 기자

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옆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한 자원봉사자가 꽃을 정리하고 있다. 정준희 기자

“압사당하게 생겼어요” 이후 용산서장 등장

 사고 상황이 공유된 건 오후 10시 15분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 4분이 지나 이태원파출소가 “여기 이태원 해밀턴 옆 사람이 깔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언급하면서다. 이후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지속해서 인파 관련 신고 접수되고 있는 상황”(오후 10시 20분), “이태원동 119-6(사고 발생 지점) 여성 비명이 들린다는 상황”(오후 10시 21분)이라며 다급하게 돌아간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오후 10시 35분 “용산, 용산서장”이라며 처음 등장한다. 이태원 파출소가 “와이키키 앞으로 지원 부탁드려요. 압사당하게 생겼어요”라고 무전한 직후다. 이 전 서장은 1분 뒤 “가용경력, 형사1팀부터 해가지고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라”고 첫 지시를 내린다. 이 전 서장은 당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 업무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9시 47분쯤 관용차로 식당을 나섰던 상황. 오후 11시 5분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머무르던 관용차에서 관련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해선 “그날(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단 한 건의 보고를 받지도 못했다”며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임째 전 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 용산서 112 상황실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모두 세 차례씩 조사하고 신병 처리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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