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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임금체계 개편 어려우면 특정 직군·직무에만 적용하는 임금체계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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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가 열리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방안, 근로시간 개선 방안 등을 연구해 정부 권고안을 만든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가 열리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방안, 근로시간 개선 방안 등을 연구해 정부 권고안을 만든다. 연합뉴스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마련 중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특정 직무와 직종에 맞는 부분 임금체계 개편을 권고했다. 해만 바뀌면 자동으로 오르는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를 직무·성과급으로 전면 개편할 것을 주문하면서다. 다만 연구회가 부분 임금체계 방안을 꺼낸 것은 전면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할 경우 노조의 반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 수 있어서다. 부분 개편으로 물꼬를 트고, 이를 확산하자는 취지다.

연구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임금체계 개편의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7월 꾸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연구회의 권고에 맞춰 정책을 마련하게 된다.

연구회는 연공형 임금체계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회 조사 결과 대기업의 80%는 연봉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62%는 임금체계 자체가 없다. 특히 대기업 연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연공급(호봉제)이 대부분이다. 직무나 성과와 관계없이 나이가 많으면 많은 월급을 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연구회는 "이런 연공급 체계로는 중고령자의 고용시장 이탈을 못 막는다"고 밝혔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계속 고용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원·하청,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심화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45%) MZ세대에게 불공정하다는 것이 연구회의 판단이다. 성과는 MZ세대가 내는데, 나이가 많다고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는 구조가 MZ세대에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고(高)성과형 인재를 계속 붙잡아두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이유로 연구회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로 개편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하려는 근로자의 목소리도 크다"고 꼬집었다. 임금체계 개편에 기존 노조가 크게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회는 "우선 직무의 특성이 명확하고 타 업무와 구분되는 연구개발이나 설계와 같은 인력에 대해서는 우수 인력의 유인과 유지를 위한 별도의 임금체계 구축"을 권했다. 이는 전면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할 경우 노조의 반발에 막혀 자칫하면 좌초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회로로 '부분 동의제'를 통해 특정 직무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꿔 서서히 확산시켜 나가자는 구상이다.

부분 동의제는 노조 대신 특정 부서나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그들만의 대표를 뽑아 임금체계를 회사와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노조와의 협상에 따라 직무나 직종 등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문의 대표를 따로 뽑아 해당 부문에 맞는 임금·복지·근로시간 등을 정한다는 의미에서 부분 대표제로도 불린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는 과반수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노조가 대표성을 독점할 수 있는 배경이다.

다만 대법원 판례와 고용부의 행정 해석(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특정 직종만을 대상으로 하는 해당 직종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근로자 대표로 인정'하고 있다. 해당 직종이나 직군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투표 등의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선출되면 그 직종의 대표로 인정하고, 회사와 임금이나 단체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회는 "노사가 직무 및 직종의 다양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 개편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법·제도 개선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회는 이와함께 이동이 잦은 중소기업 근로자나 임시·일용직, 새로운 근로 형태의 근로자의 직무·숙련 사다리 구축을 위해 경력을 휴대하고 언제든 증명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권고했다. 지역과 업종 차원의 임금체계 개편도 필요하다고 봤다. 조선업 상생협의체처럼 상생형 임금위원회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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